시공간이 불분명한 회색도시. 조지오웰의 소설 같기도하고, 찰리채플린의 영화같기도했다. 인간과 기계가 구분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공허한 외침 쯤 되겠다. 보이체크는 완두콩 실험의 대상이자, 마리를 사랑하는 평범한 일용직 노동자이자, 약간은 소심하고 전전긍긍하며 두려움 많은 소시민이다. 새삼스럽지도 않게 박사, 대학교수(지식인층)와 군인(권력계층)의 조합이 보이체크를 점점 비정상인으로 만들어간다. 중간 중간에 이상한 생물체를 소개하는 서커스가 펼쳐지는데, 이 장면에 달하면 짐승과 인간의 구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일종의 [광기의 역사]를 극으로 재구성한 것같아 보였다. 뷔히너는 이 극을 완성하지 못하고 요절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 미완성의 희곡이 오히려 극을 더 풍성하게 재해석할 여지를 주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