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우포늪에서 사람들을 실어나르던 소가 길 중간에 멈춰서 끄억끄억 울어댔다. 소의 울음소리를 그렇게 크게 가까이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저러다가 늪으로 뛰어들 것 같아보였다. 소를 몰던 할아버지의 말로는 소가 너무 더워서 더이상 못가겠다고 한단다. 소는 사람에게 말을 한다. 그 말은 소와 함께 하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다. 주인에게 투정부리는 소의 목소리. 한참이고 들어보았다. 우포늪의 소를 보며, 예전에 보았던 이 영화가 떠올랐다.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불교를 형상화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조금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소의 연기와 여백 가득한 화면이 좋았다.

함양상림

예정보다 단축된 둘레길 일정이 못내 아쉬워 근처의 함양상림으로 향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신라시대에 조성해놓은, 따라서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며 우리는 보는 곳마다 천년을 남발했다. 특히 발 지압로는 모두의 사랑을 듬뿍받았으며, 우리집 앞마당으로 옮겨오고 싶을 뿐이었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준 숲길 산책! @ 현충일, 함양상림

길위의 인상 2011.06.07

둘레둘레

그렇다. 드디어 지리산 둘레길에 가고야 말았다. 동강을 끼고 있는 4코스, 함양으로 향했다. 예상(마을을 가로질러 우아하게 걸어다닐 것이다)과는 달리 준 등산 수준이었고, 중간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찧었으며, 코스를 완주하지도 않았다. 지리산의 공기만으로도 마음이 청량해진다. 풍경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향기와 채취, 소리를 어떻게 다 담아낼 수 있으랴. 다 올리고보니 사진이 시간의 역순으로 배열되었군. 나름 재미있네~ 맨 처음, 전열을 가다듬는 동지들의 모습이랄까??!! @2011 현충일 둘레길에서.

길위의 인상 2011.06.07

바다도 아니고 육지도 아닌 곳. 인공적이지 않은 그래서 자연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우포늪 출사 떠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라던데. 사진이 보여주는 말그대로 '그림같음'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는 있다. 풀냄새와 각종 풀벌레들의 스침과 자주는 볼 수 없는 철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양 옆으로 풀이 무성한 길이 좋다. 혼자서 걸어갈 수 있는 폭을 내고 있는 길. 늪이 매끈하게 보기좋길 바란다는 건 이기적이다. @ 창녕 우포늪

길위의 인상 2011.06.07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2009_부지영]

이번에 JIFF에서 상영한 은 평단과 대중의 평가가 골고루 좋았나보다. 부지영이란 감독의 영화인데, 이 감독 주목할 만 하다. 꽤 빵빵한 조연출 시절도 겪었고, 데뷔작도 주목받았지만 아줌마로서의 삶에 매진하다가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독립영화들, 저예산영화들이 최근 몇년간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는 모습은 꽤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물론 헐리웃 영화나 한국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본 한국 영화들 중 재밌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저예산 독립영화들이었으니 말다했지. 그녀의 꽤 화려한 영화인 를 찾아보았다. 화려한 이유는 단지 캐스팅의 측면에서. 이 영화 여성영화제인지 퀴어 영화제인지에서 상영되었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주제를 축소할 필요는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