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인상 60

오베르 쉬흐 오아즈

처음 갔을때의 기억과 인상이 좋아 언젠가는 또한번 가봐야지 했었는데, 그렇게 두세해가 지난것 같다. 만약, 고흐가 이 마을의 작은 여인숙에서 권총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두달 남짓 지내는 동안 마을 풍경을 그려놓지 않았다면.. 평범한 시골마을 중 하나였을 이곳. 단체로 가이드를 받는 여행객들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재밌게도 이곳의 관광객들은 동양인이 더 많아보인다.첫 방문때는 마을 집들의 아기자기 함이나 고흐와 테오의 무덤이 인상적이었는데,이번 여정에선 이 장면이 참 좋았다. 7월말 밀밭의 풍요로움과 파란 하늘이 잘 어울렸다. 고흐의 우울과 죽음을 공감할 만한 풍경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도시의 인상 2017.08.24

비오는 바르비종

마침 비가 오는 바람에 이 마을은 딱 이런 색깔로 보였다. 밀레 및 바르비종 학파가 남겨놓은 그림으로 먹고사는 마을이란 느낌. 작은 마을이지만 큰 럭셔리 호텔들도 보이고, 주로 그림 판매와 콜렉션을 하는 듯 보이는 갤러리들도 보이고,골동품 벼룩시장도 보인다. 밀레의 아뜰리에 겸 집에서 우리를 맞이했던, 과하게 활발한 말투로 우리를 안내한 관리인(아마도 밀레의 후손일)은 고요한 밀레의 그림과 달리 정신 사나웠다. 퐁텐블로 숲을 끼고, 아름다운 밀밭이 펼쳐진 이 마을은 누구라도, 누구를 모델로 해서라도 작품이 나올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더 소박하고 고요하게 보존해 두었다면 더 어울릴뻔했다.

도시의 인상 2015.07.28

14 juillet

프랑스의 가장 큰 축제날인 혁명기념일, 아침 군사행진부터 밤 불꽃놀이까지 곳곳에 볼거리가 넘친다. 샹젤리제로 가야하나? 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튈르리에 대기중인 사람들을 보니 여기다 싶어 한자리 차지함. 다양한 기종의 전투기들이 에어쇼를 한다. 이 행사를 위해 며칠전부터 파리 하늘엔 전투기 소리 가득. 시작은 프랑스 국기 색으로. 사진은 김이 찍은거 내맘대로 도용 하늘을 보는 것도 재밌는데, 전투기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고 시선을 고정시키는 장면이 마치 잘 짜인 안무를 바탕으로한 군무 같아보여 재밌었다. 걔중에는 선각자처럼 ㅋㅋㅋ 이렇게 미리 카메라 앵글 잡으시는 자칭 카메라맨 아저씨들도 있다. 에어쇼가 끝나면 자연스레 발길이 샹젤리제로 이어진다. 군인들의 행진이 펼쳐질 터. 서로 ..

도시의 인상 2015.07.15

Belleville산책

라빌레트, 페르라셰즈, 104.등은 어찌어찌 한두번씩 들렀는데, 벨빌공원은 굳이 갈 일이 없어, 오늘 날을 잡았다. 양가감정이랄 것까진 없지만, 그 동네의 이름을 발화할 때마다 그 이름이 가진 역설이 실현되는 것이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든다. 마치 가난한 언덕위 마을을 '달'동네로 부르던것 같은 감정과 비슷하다. '아름다운 마을'이란 뜻의 벨빌은 과거 파리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으며 활동했던 주무대로 파리 낭만의 상징이다. 낭만이란 본디 다가갈 수 없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일뿐, 지금은 흑인들, 아랍인, 흡사 중국에 와 있는 것같은 규모의 차이나타운으로 대충의 인구가 구성되어 있어 파리에서 집을 구하지 말아야 할 동네로 낙인찍힌 곳이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인 것이, 최근 마레와 생마탕 지역의 엄청..

도시의 인상 2015.07.11

바르셀로나의 활기

이 도시는 활기라는 단어로 남아있다. 날씨 탓이었는지, 뭔가 액션과 목소리가 큰 이들의 모습 때문이었는지, 가는 곳마다 관광객이 많아서 였는지, 무엇이 단하나의 원인은 될 수 없겠지만, 여튼, 활기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도시이다. 가우디의 의지로 이뤄놓은 몇몇 기념물들만 따라가더라도 이 도시에 반할 만 할텐데, 바다와 운치있는 골목길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비록 비행기를 놓쳐 시작부터 긴장했지만, 김은 이곳에 온 이후 가장 맘이 편했던 여행이라 했고, 몸이 가벼운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단 생각에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러나 쇼핑과 맛집만은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새롭지 않은 결론에 도달했다. 바다에서 일광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4일을 꽉채운 일정이 모자랄 정도로 ..

도시의 인상 2015.05.29

빌헬름교회

​세계대전 당시 폭격맞은 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채, 새롭게 지은 건물. 겉에서보면 콘크리트의 뭉툭하고 투박한 교회같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쳐버리면 낭패다. 폭격맞은 옛 교회가 다 인줄알고 발걸음을 떼면 안된다. 무거운 문을 온몸으로 밀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테니까. 정말 오랜만에 기도가 절로나오는 공간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게 뭐야? 하고 계심. ​바닥 타일에 주목! 그리고 대체로 이런 분위기에 압도당함. 기도하는 사람이 한두명 드문드문 있었음.

도시의 인상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