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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가난한 이들은 왜 극우를 지지하게 되는가. 전세계적으로 정치공간에서 떠오르는 질문같다. 특히나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 궁금했다. 하나의 모호한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어떤 사람'.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고, 투표장을 지키는 일은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투표를 통해 대표가 선출되는 국가에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그 일을 했다는 것은 늘 믿기 어렵다. 그 어떤 사람도 사실 알고보면 평범한 누군가일텐데... 영화는 원작에 있는 정치적인 부분을 빼고 가족 서사로 완성되었다. 미래로 향하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그 가족이 동시에 나를 고지에 도착하게 한 원동력인 애증의 가족사를 잘 풀어냈고, 신분 상승에 성공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여전히 읽고쓰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만에 많이 공감하며 읽은. 책. 에세이류는 잘 읽지 않는 장르이지만, 책에 관한 에세이라서 내용이 궁금했고,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또 다른 책들로 뻗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알고보니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유명 작가였는데.. 난 이 책을 통해 처음알았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책들과 지난 몇해간 멀어져 있다보니 요즘 그걸 따라잡는 재미가 솔솔하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 에세이는 저자 스스로의 치유를 위한 장르인듯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여전히 세계와 맞서 싸우는 책이 필요하고, 그래서 도서 플랫폼의 대문에서 광고하고 있는 소위 '핫한' 책들에 잘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걸 골라내는 것보다는 검증된 고전에 더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저자가 여전히 읽고 쓰기의 힘에 대해 믿고 있다는 점, 책의 세..

그날의 비밀_에릭 뷔야르/열린책들

나치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건조한 문체로 관찰한 기록. 소설이나 다큐이기보다 하나의 이야기(recit)라고 명명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에릭 뷔야르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방식으로 잊혀지면 안될 장면을 남겨두고 싶었나보다. 이 이야기에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의 한 장면인 '그날'이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을 떠 받치고 있는 인간들이 있을 뿐이다. 세계의 운명은 아주 잠깐의 찰라에-예컨대 저녁식사 자리, 베르크호프에서의 짧은 면담...-결정되었다. 그 결정에는 눈물나는 감격적 장면도 대의명분도 없다. 한 인간의 체면과 욕망 만이 존재한다. 에릭 뷔야르는 이 소설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아주 짧은 분량의 소설 안에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그 모임에 참석했던 정계 인사들이..

소울Soul_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피터 더커 사단의 인사이드 아웃, 코코, 업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잘 드러난 영화였고, 아마 이 영화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 디즈니-픽사 중에서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타겟이 아닌가 싶은 영화라는 점에서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감정에 대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더 절절히 느낄 만한 이들은 아무래도 좀 조숙한 아이들이거나 어른들일테니. 인사이드 아웃에서 감정을 시각화 했다는 점, 코코에서 음악을 소재로 했다는 점, 업이 보여주는 모험과 일상의 경계를 잘 버무려 다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디즈니 영화 최초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했고, 재즈음악이 소재, 인간이 태어나기 전 영혼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으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