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16

Jenny Holzer @국제 갤러리 (9/8-10/16)

벼르고 있던 몇몇 전시들 중 하나는 제니 홀저. 그녀의 작업은 장소특정적이며 공공미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프로젝션에서 나오는 딱딱한 글씨의 일시성에 꽤나 사색적인 내용의 텍스트를 제공함으로서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번전시에서는 주로 LED와 라이트프로젝션 작업이다. 일상적인 광고, 뉴스, 예술작품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뉴욕시내 중심가의 건물 벽에 소설이나 시 등을 차용한 텍스트를 거대한 빛으로 쏜다. 초기 작품은 선동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본 작품들은 메시지에 주목하게 한다기 보다는 건물과 텍스트가 쓰이는 특정 건축과 장소에 주목하게 한다. 60년대 초반에 조명기구를 사용해 작업했던 댄 플래빈이나 도날드 저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최근의 작업은 대리석에 새긴 ..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_최근 본 몇몇 전시에 부쳐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 최근 더 주목받고 있는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이다. 미술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여가 활동의 새로운 장이 필요한 가족 단위의 관람자들에게 미술관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 The Curator as Creator_Jens Hoffmann 4월 1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렉쳐프로그램은 옌스 호프만이라는 와티스 현대미술 연구소의 디렉터가 자신의 전시 삼부작을 소개했다. '문학의 눈을 통해 보는 미국사'라는 제목으로 이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 문학을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미술과 문학, 영화, 공연, 음악을 총망라하는 전시에 대한 설명은 다른 주제로 쓰도록 하겠고, 여기서는 전시장이 어떻게 아카이브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만우절에 봄_ [A voyage to silence 1_ 강소영 展]

일종의 항해 일지와 같은 전시이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며시 다녀오는 여행처럼.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 동쪽 끝에 있는 섬 독도, 서해의 백령도 등 외딴 섬들로부터 시작하여 대만의 금문도, 남극의 킹 조지 섬까지 전시장은 크게 세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갤러리 조선이라는 안국동에 새로 생긴 갤러리인데, 지상층은 아직 공사중이고 지하와 옥상만 사용한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전시 전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가의 항해 노트가 써 있다. 모비딕이나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항해노트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메인 전시장인 지하로 들어서는 길은 검은 천으로 숨겨져 있다. 바다로 들어서는 길은 언제나 신비와 어두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다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

[2006.06] 창작과 ‘파르헤지아(진실의 용기)’– 박이소의 예술

창작과 ‘파르헤지아(진실의 용기)’– 박이소의 예술 치우금속공예관 초청 심포지움 강연(2006.6.10,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 이영철(계원조형예술대학 매체예술과 부교수) 이 자리는 아마도 예술 창작을 함에 있어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다루어지리라 기대를 하고 오신 분들이 많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공예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조형예술대학의 교수이긴 하나 ‘조형’에 대해 특별히 별다른 흥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교환가치와 시장에 관심이 없는 저로서는 그 결과물에 대해 무관심하며, 발상이나 전개 과정, 그리고 그것이 전시 공간에서 관객에게 보여지는 방식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중요하지요. 가난하게 살며 작품을 지속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내야 하겠지요...

[광주비엔날레2010-만인보]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데 수렴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한계이자 오점은 주제에 있다. 고은을 띄워주기 위한 정치적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긴 하지만. 만인보10000lives라는 제목은 모든 이미지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전략이 노골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비엔날레는 신선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이미 스타의 명성을 누리는 작가들의 작품이 적당히 잘 녹아있다. 각 전시실마다 컨셉이 잘 잡혀있고, 거대한 규모에 비해 대체적으로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획이 돋보인다. 광주라는 도시가 가진 아픔에도 귀를 기울이며, 역시 세계적으로 동일한 역사를 겪어온 나라들의 민주화과정을 담은 작업들이 눈에 띤다. 이런 면에서, 이미지 더 정확하게 예술이 삶을..

Walker Evans

에반스의 작품은 교과서 같다. 구도는 이렇게 하면 가장 안정적이고, 인물을 어느 위치에 두어야 할지 확실히 보여주며 전체적인 결과물도 걸리적거림 없이 깔끔하다. 동일한 이유로 에반스에게는 유머가 부족한 것같다. 그는 포착할 수 없는 찰라를 만들고 싶어한다거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서 관객을 계몽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FSA프로젝트보다는 Subway연작이 좋았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간과하는 요소 중 하나는 작품의 사이즈이다. 최근에는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을 접하기보다 웹서치를 통해 작품을 찾고 확인하는것이 일상화되다 보니 더욱 그런것 같다. 그 작품을 알긴하지만 보지 못한 상태. 이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