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마르셸 뒤샹 상 2019/ 20191025

최근에 보았던 수많은 전시감상평을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국어로 긴 호흡의 글을 써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달라진 언어환경에 적응하느라 글을 쓰는 근육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후에 잠깐 시간을 내어 퐁피두에 들렀다. 마르셸 뒤샹 2019년 수상 전시를 보기위해서다.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리는 젊은 프랑스 작가전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데, 두 공간을 훑으니, 동시대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다양한 매체를 한눈에 단기 속성으로 벼락치기 한 기분이다. 올해 마르셸 뒤샹상 수상자는 에릭 보들레르다. 시네아스트로 더 먼저 알려진 그의 이번 작업은 친절하고 대중적이게 느껴졌다. 생드니의 중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그들이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 2시간 가량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안에 있는 프랑스 사..

Ana Mendieta

아나 멘디에타/ 페미니즘과 타자성에 관련된 논문을 쓰는 친구가 있어서 아나 멘디에타의 이름과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을 당시엔 흔한 작가라고 생각해 그리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또 만나게 되었다.) 사진이 아닌 실제 작업 영상이나 큰 프린트로 된 작업들을 전시로 보니 강렬했다. 초기 바디아트 페미니스트들의 저항성과 극단성을 보여준다. 미술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작가임은 확실하고, 개인적으로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동물의 피나 템페라의 붉은 색들을 이용한 지나치게 상징적인 작업들은 별로였고,대지미술에서 사원소를 모티브로해 대지와 몸을 연결한 작업들은 인상적이었다. http://www.jeudepaume.org/?page=article&idArt..

JR - Momentum/ 스트리트 아트의 아카이브화

유럽사진미술관에서 JR에 관한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프랑스의 제도권 기관 안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고한다. 몇년전 (아마도 2015년?) 페로탕 갤러리에서 꽤나 큰 규모의 아카이브 '사진전'에서 그의 작업을 좀 더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몇년 사이 대중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작가가 된 것 같다. JR은 activiste urbaine/ performer로 많이 소개된다. (이제는 전세계의) 주로 가난하고 산업화에서 소외된 지역들을 찾아가 건물의 벽 일부를 캔버스로 하여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해 붙이는 작업을 한다. 가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해오는 작업이다. 우연히 파리 외각 지역의 기차 종점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카메라를 습득하게 되고, 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이 ..

카라바조_번뜩이는 눈을 가진 목격자

어찌 감히 카라바조의 그림을 평하겠는가. 그냥 운이 좋았다. 사람들에 꽉 끼여 자크마르 앙드레의 그 작은 전시공간을 밀려다닐 것이 분명함에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사인이었다. 문앤좐님으로부터 서경식님의 새책을 받은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그 책의 아주 많은 부분이 카라바조를 찾아나선 그의 이야기였다. 아니, 프리모레비를 찾아나서다보니 만나게되는 카라바조라고 해야할 것 같다. 루브르에 걸린 그의 작품은 늘 거대한 벽에 대고 고개를 젖혀 반사되는 빛을 피해야만 했는데, 어두운 조명에서 가까이 보는 그의 그림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번에 특히 눈이 머물렀던 부분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목격자들이다. 에서 우리에게 예수를 소개해주는 그의 눈동자. 유디트 옆에서 곧 싹둑 잘릴 머리를 받을 준비를 하며 기..

2018년 주목할만한 미술가들

2018년 1월호 퍼블릭아트에 개재된 2018년 주목할 만한 미술가들 리스트. 티안주오첸, 안네 임호프, 카트야 노비츠코바, 타쿠로 쿠와타, 쑨쉰, 브렌트 웨든, 세실 B. 에반스, 삼손 영, 매스 배스, 리넷 이아텀-보아케, 이안 쳉, 라이언 트리카틴, 쉬전, 막심 발레스테로스, 안나 우덴버그, 마리아 타니구치, 루카스 아루다, 라그나 캬르탄손, 코라크릿 아루나논드차이, 우창, 제임스 리차드,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아론 에인젤, 잉베 홀렌, 차오 페이, 웡핑, 후시앙첸, 산자이비엔날레, 사이먼 후지와라, 리디아 오라흐메인, 사라 퀴너, 마르게리트 위모, 사이먼 데니, 니콜라스 파티, 제임스 리차드, 오스카 무리요, 조단 울프슨, 에드 앳킨스, 유쳉타, 로렌타 파렌홀츠, 라이언 맥나마라, 카미유 앙로..

데이빗호크니 회고전@ 퐁피두

테이트 브리튼에서 시작된 호크니의 회고전이 파리 퐁피두에 상륙했다. 올해 열리는 전시 중 가장 블록버스터 급 전시이다. 오랜만에 '순수하게' 회화로만 이루어진 전시는 머리보다 눈이 먼저 반응하고 움직여서 너무 즐거웠다. 회고전 답게 호크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품을 다 볼 수 있어 마치 그의 인생 다큐를 보는 듯하다. 호크니를 거장으로 만든 요소가 그의 뛰어난 색감이나 개성이 아니라,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단순하게 재생산하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고 새로운 매체로 '여전히' 실험중이라는 사실을 들고싶다.호크니의 '그림'은 시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시각화시키려는 도전 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투명함을 그리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각적으로 거의 존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