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152

Anish Kapoor @versailles

몇년만에 다시 만난 아니쉬 카푸어.베르사유 정원이라는 큰 공간이 그에게 너무 어울려보였다. 하염없이 시선을 빨아들이는 그의 작품들. 기술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참동안 그 앞에 서 있으면 정말 빨려 들어갈것같다. C-curve 앞에서는 모두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흥미진진해한다. 기존에 공간에 또 다른 차원을 덧대고 또 덧대어 난 누군가 여긴어딘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의 기치가 매력적이다. 문제의 현장. The dirty corner 라고 이름붙여진 작품에 쓰인 낙서들, 아름다운 정원에 쓰레기를 가져다 놨다는 이유로 가장 중앙에 놓여진 저 철골구조물?엔 반달리즘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몇주전 뉴스에도 보도되었는데, 작품을 어떻게 처리했나 싶었더니만, 테이프 비슷한 것으로 덕지덕..

My Buenos Aires @ La maison rouge

라틴아메리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는 공간에 대한 고고학적 보고서. 메종 후즈에서 열리는 도시를 주제로 한 일련의 시리즈들 중 하나로 우리가족 202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봄. 전시 마지막을 하루 남겨두고. 서로 다른 세대의 65명의 아티스트라니, 아르헨티나 현대미술을 거의 다 훑어볼 수 있다!과거세대가 가진 향수와 새로운 세대가 가진 정치종교적 성상파괴의 열망이 오묘하게 겹쳐있다.

펠리체 바리니 (Felice Varini) @parc de la villette

굳이 착시를 이용한 미술의 계보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펠리체 바리니. 52년 스위스 태생으로 30년간 파리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기하학적 추상을 캔버스가 아닌 전시장의 건물, 도시 전체에 그려놓는 작업을 한다. 치밀한 수치적 계산과 원근법 등을 이용한 작업은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수학공식 같아 보인다. 그가 그려낸 그림에 딱 맞는 관람지점을 찾기위해 전시장을 우르르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일종의 르네상스식 소실점으로의 회귀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의도된 딱 한 지점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움직임 역시 의도한다는 점에서 퍼블릭아트의 최정점에 있는 작업으로 읽힌다. 이 양극단을 가장 완벽하게 만나도록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의 명성이 아깝지 않다. ..

모나하툼 Mona Hatoum @ Centre George Pompidou

60년대 시작된 여성의 몸, 신체 미술, 퍼포먼스 아트, 제3세계 타자성의 미술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던 모나하툼. 그녀의 대대적인 작업 연대기가 퐁피두에서 펼쳐졌다. 이미지로만 들여다보았던 그녀의 작업에 그리 흥미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문제의식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팔레스타인 태생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업이나 주방기기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러나 그로테스크한 트릭을 가미한 페미니스트로 불리곤하는데, 최근에는 지도를 이용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머리카락이라는 소재가 아주 우연한 발견이었던 것과는 달리, 지도는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천착한 작업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하고 ..

Patrick Neu

오랜만에 한작가 한작가 포스팅을 열심히 하려다보니 기운빠져버렸다. 정교하고 신선한 작업을 하는 작가였는데, 다양한 매체들로 이런저런 실험을 감행하는 모험적인 작가였다. 매체의 선택은 모험적이지만, 작업은 세밀하고 정교하다. 죽음과 관련된 미술사의 그림들을 차용해 유리컵에 담배연기로 새겨넣은 작업들이 인상적이었다. 입이 떡 벌어지고, 동시에 숨이 턱 막혔다.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 Céleste Boursier-mougenot/ Acauaalta

2011년 과천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란 이름, 미술관을 호수로 만들어버린 그의 기술이 이번에는 운하로 이어진다. (http://artandsoul.tistory.com/trackback/488)아쿠아알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베니스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말한다는데, 아마도 아름답지만은 않을 그 현상을 미술관에 있는 우리는 매우 우아하고 아름답게 즐기고 있다. 어둠속에서 마치 춤을 추듯 노를 젓는 사람들의 그림자와 아방가르드 작곡가이기도 한 작가가 있는듯 없는듯 깔아놓은 물의 소리(음악이기보다는 소리)가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빨간 원피스. 내 인생에 빨간 원피스를 입는 날이 온다면, 이런 배경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