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전시 8

My Buenos Aires @ La maison rouge

라틴아메리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라는 공간에 대한 고고학적 보고서. 메종 후즈에서 열리는 도시를 주제로 한 일련의 시리즈들 중 하나로 우리가족 202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봄. 전시 마지막을 하루 남겨두고. 서로 다른 세대의 65명의 아티스트라니, 아르헨티나 현대미술을 거의 다 훑어볼 수 있다!과거세대가 가진 향수와 새로운 세대가 가진 정치종교적 성상파괴의 열망이 오묘하게 겹쳐있다.

펠리체 바리니 (Felice Varini) @parc de la villette

굳이 착시를 이용한 미술의 계보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펠리체 바리니. 52년 스위스 태생으로 30년간 파리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기하학적 추상을 캔버스가 아닌 전시장의 건물, 도시 전체에 그려놓는 작업을 한다. 치밀한 수치적 계산과 원근법 등을 이용한 작업은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수학공식 같아 보인다. 그가 그려낸 그림에 딱 맞는 관람지점을 찾기위해 전시장을 우르르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일종의 르네상스식 소실점으로의 회귀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의도된 딱 한 지점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움직임 역시 의도한다는 점에서 퍼블릭아트의 최정점에 있는 작업으로 읽힌다. 이 양극단을 가장 완벽하게 만나도록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의 명성이 아깝지 않다. ..

모나하툼 Mona Hatoum @ Centre George Pompidou

60년대 시작된 여성의 몸, 신체 미술, 퍼포먼스 아트, 제3세계 타자성의 미술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던 모나하툼. 그녀의 대대적인 작업 연대기가 퐁피두에서 펼쳐졌다. 이미지로만 들여다보았던 그녀의 작업에 그리 흥미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신의 문제의식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팔레스타인 태생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작업이나 주방기기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러나 그로테스크한 트릭을 가미한 페미니스트로 불리곤하는데, 최근에는 지도를 이용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머리카락이라는 소재가 아주 우연한 발견이었던 것과는 달리, 지도는 어쩌면 그녀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천착한 작업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하고 ..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 Céleste Boursier-mougenot/ Acauaalta

2011년 과천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란 이름, 미술관을 호수로 만들어버린 그의 기술이 이번에는 운하로 이어진다. (http://artandsoul.tistory.com/trackback/488)아쿠아알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베니스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말한다는데, 아마도 아름답지만은 않을 그 현상을 미술관에 있는 우리는 매우 우아하고 아름답게 즐기고 있다. 어둠속에서 마치 춤을 추듯 노를 젓는 사람들의 그림자와 아방가르드 작곡가이기도 한 작가가 있는듯 없는듯 깔아놓은 물의 소리(음악이기보다는 소리)가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빨간 원피스. 내 인생에 빨간 원피스를 입는 날이 온다면, 이런 배경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Olafur Eliasson_Contact

루이비통 재단에서 개관후 첫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올라퍼 엘리야슨을 선택했다. 전시의 제목은 contact! 그의 철학을 아주 잘 보여주는 제목이다. 그의 명성이야 뭐 이미 테이트모던의 전시로 널리 알려진 바. 실제 그의 작품을 대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이번 주제는 주로 빛과 그림자 특히 빛이 왜곡시키는 시각과 상을 다루었다. 모든 조명이 꺼진 깜깜한 어둠속에 단 하나의 광원이 있다. 온 벽은 거울로 이루어져있다. 광원에서 나오는 빛이 벽에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사람들의 위치에 따라 거울로 반사, 반사의 반사, ...를 이룬다.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크기 때문에 관람자들은 그림자놀이에 흠뻑 빠진다. 거울에 부딪힐까봐 혹은 어둠 속에 경로를 잃을까봐 조심조심 발을 떼던 처음과는 너무도 다르다..

Lucio Fontana @MAM

단지 추상이나 개념미술 정도로만 알고 있던 폰타나의 작품을 시간 순으로 빼곡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의 작품이라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초기의 세라믹 조각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재료와 공간에 대한 그의 실험은 단지 후기의 결론이 아니었나보다. 자신이 공간을 연구하는 자임을 잊지 않았던 그는 매끈하고 잘 빠진 조각품을 만들기보다 세라믹이라는 재료의 질감과 소재의 볼륨이 드러나도록 형체를 사실과 '다르게'만들고자 했으며, 건축과 관련된 구상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찢어진 캔버스나 구멍난 캔버스로만 그를 알고있던 나같은 사람들은 폰타나의 실험실에 들어온 것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찢고 구멍을 내는가? 그는 캔버스라는 공간 '안에' 그리기를 거부하고, 캔버스를 뛰어넘는 공간'밖을' ..

샤갈,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Chagall, entre guerre et paix)

몇 해전 시립미술관에서 했던 대규모 전시를 통해 샤갈을 보았던 터라, 그리 욕심내지 않았던 전시였다. 뤽상부르그 미술관을 오가는 길이면 늘 길게 늘어선 줄에 샤갈의 인기를 실감했던 터였다. 몇 주전 미술관들이 자정 이후까지 여는 축제가 있었는데, 밤에 공원 미술관에서 보는 샤갈의 그림을 생각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한시간 반 남짓 기다려 들어갔다. 일정한 시기와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동시대 이전의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은 국내에선 매우 드물다. 일단 예산의 문제도 있고, 한번 큰 전시를 기획해서 계약 확정이 되면 어떻게는 더 많이 관객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주제를 골라 그 주제와만 관련된 작품을 가져온 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이곳에서는 그런 제약이 훨씬 적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