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힐빌리의 노래

가난한 이들은 왜 극우를 지지하게 되는가. 전세계적으로 정치공간에서 떠오르는 질문같다. 특히나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 궁금했다. 하나의 모호한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어떤 사람'.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고, 투표장을 지키는 일은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투표를 통해 대표가 선출되는 국가에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그 일을 했다는 것은 늘 믿기 어렵다. 그 어떤 사람도 사실 알고보면 평범한 누군가일텐데... 영화는 원작에 있는 정치적인 부분을 빼고 가족 서사로 완성되었다. 미래로 향하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그 가족이 동시에 나를 고지에 도착하게 한 원동력인 애증의 가족사를 잘 풀어냈고, 신분 상승에 성공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여전히 읽고쓰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만에 많이 공감하며 읽은. 책. 에세이류는 잘 읽지 않는 장르이지만, 책에 관한 에세이라서 내용이 궁금했고,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또 다른 책들로 뻗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알고보니 텔레비전에도 나오는 유명 작가였는데.. 난 이 책을 통해 처음알았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책들과 지난 몇해간 멀어져 있다보니 요즘 그걸 따라잡는 재미가 솔솔하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 에세이는 저자 스스로의 치유를 위한 장르인듯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여전히 세계와 맞서 싸우는 책이 필요하고, 그래서 도서 플랫폼의 대문에서 광고하고 있는 소위 '핫한' 책들에 잘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걸 골라내는 것보다는 검증된 고전에 더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저자가 여전히 읽고 쓰기의 힘에 대해 믿고 있다는 점, 책의 세..

팀켈러_탕부하나님

개인적으로는 유행하는(?) 저자들의 신앙서적을 닥치는대로 읽었던 시기는 20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벽하게 삶으로 소화되지 않는 교조적인 지식이 쌓여가며 여러모로 괴리감을 느꼈고, 성경자체에 집중하는 글들을 지향하면서 신앙서적과 한동안 좀 멀리 지냈다. 작년에 (오랜 스승인) 유진 피터슨의 글을 다시 읽으며, 예전과는 다른 울림이 있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외국어로 듣는 설교와 이제 멀어져버린 한국 교회의 분위기는 물론 공동체보다 개인적 신앙을 강조하는 환경에 있다보니 스스로 근육을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던 중 , 팀켈러의 '탕부하나님'을 다시 읽는다.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잃어버린 두 아들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 책이다. 복음을 완전..

에밀리 인 파리

여행 못가는 이런 시국에 여기저기에서 많이 추천하는 파리 분위기 물씬 풍기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다. '에밀리 인 파리'라는 드라마인데, 보기전 인상으론 '미드나잇 인 파리'의 라이트 드라마 버전이라고 생각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프랑스 '과거' 문화예술에 대한 오마쥬라고 한다면, 에밀리 인 파리는 '현재'에 대한 리포트 느낌이다. 속도와 유행에 민감한 미국인의 눈으로 본다면 고루하고 답답한 프랑스인들. 내가 너희에게 마케팅을 한수 가르쳐주마 하고 자신만만하게 등장한 에밀리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상사가 예기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어 프랑스 파견근무지에 대타로 오게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다. 불어를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파리 정착과정, 콧대높은 파리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SNS를 통해 성공..

넷플릭스 시청 목록들

코로나 시국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 거기에 백일된 애까지 딸렸다면, 드라마 정주행하기에 괜찮은 맥락이다. 말은 이렇고, 사실 넷플릭스 결제는 했지만 우리의 시청률이 거기에 따라가주지 못하고 있다. 원래 텔레비전이랑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예전 넷플릭스가 궁금해 한달 무료 체험을 해보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때 그때 취향에 맞는 컨텐츠가 있을때 찾아보거나 일회성 결제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도 다 문을 닫았고 2호를 키우며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컨텐츠 소비를 해보자 싶기도 했다. 그냥 카탈로그 목록만 휙 둘러보는 넷플릭스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청 프로그램 선정의 기준이 몇가지 있다. 1.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들: 결혼이야기, 버드맨, 로마,..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의 에티켓

언젠가부터 탄생에 관한 이야기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더 공감을 얻고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자극적인 범죄나 연예 기사 혹은 사회면을 장식하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쩌면 어쩌면 웰빙하는 자아의 확장으로 웰다잉하는 자아에 대해 관심을 뻗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에 관한 책이나 에세이는 물론 예능에서도 죽음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죽음이라는 소재에 관한 그리고 밀리의 서재 가입에 관한) 유행에 편승하여 읽어볼 만한 두 책이 눈에 띄었다. 죽은 자의 집 청소_김완@ 밀리의 서재 단지 사회 현상으로서의 고독사 혹은 자살을 개인의 노동이라는 소재와 엮어낸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알려지지 않았던 공간을 살펴보는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