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힐빌리의 노래

유산균발효중 2021. 4. 6. 23:31

가난한 이들은 왜 극우를 지지하게 되는가. 전세계적으로 정치공간에서 떠오르는 질문같다. 특히나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 궁금했다. 하나의 모호한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어떤 사람'.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고, 투표장을 지키는 일은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투표를 통해 대표가 선출되는 국가에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그 일을 했다는 것은 늘 믿기 어렵다. 그 어떤 사람도 사실 알고보면 평범한 누군가일텐데... 

영화는 원작에 있는 정치적인 부분을 빼고 가족 서사로 완성되었다. 미래로 향하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그 가족이 동시에 나를 고지에 도착하게 한 원동력인 애증의 가족사를 잘 풀어냈고, 신분 상승에 성공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뿌리와 화해해 가는가를 잘 그린 수작이다. 자기가 속해있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불편함과 어정쩡함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더래서, 면접 장면은 너무 공감이 됐다. 가족안에 살아가는 누나와  J.D 사이의 태도 차이도 흥미로웠다. '우리를 핑곗거리로 만들지 말라며' 동생을 돌려보내는 누나가 엄마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을 지키는 장면이라든가,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J.D가 점점 가족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을 잘 담아냈다. 

글렌 글로즈의 존재감은 놀라웠고, 에밀리 블런트 별로 매력없는 배우라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보게되었다. 

영화는 정치적 서사를 다 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사람'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유용했다. 이런 환경과 삶의 궤적을 밟아온 이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가지만, 옆집 보조금을 받는 알콜 중독자의 삶보다 비루하게 살아야만 했던, 그렇게 어른이된 어떤 사람. 게으른 그들은 이룰 수 없는 자수성가의 신화를 이루고,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공정함을 중요시하는. 

지금의 정치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시점에서 '어떤 사람'들과 그들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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