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8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앙젤리카의 이상한 사례 (2010)>

번쩍하는 푼크툼의 순간 사진 찍은 일을 일상의 전부로 삼는 한 젊은이가 있다. 그의 방 창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고, 방을 관통하도록 매달아놓은 줄에는 크고 작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무엇을 찍은 것인지 궁금해 해도 소용이 없다. 사진이 창 바깥쪽을 향하여 걸려있기 때문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주파수가 맞지 않아 소음을 내는 라디오를 켜놓은 채, 천사에 관한 시를 읽으며 무언가를 끄적이던 이작은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의 2010년 영화 는 죽은 여인의 사진을 찍은 한 젊은이가 그녀에게 (더 정확하게는 그녀를 찍은 사진 이미지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지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멜로영화나 미스터리, 초현실주의 영화를 넘나들며 정적인 미장센으로 영화내..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 <실비아의 도시에서>의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_씨네 21 기사

와 의 스페인 감독 호세 루이스 게린은 지금 세계 영화제 순례중이다. 베니스에서 시작하여, 토론토, 벤쿠버, 뉴욕, 부에노스 아이레스, 리스본, 홍콩, 그리고 전주까지. 하나씩 적어가며 알려주던 그는 “너무 힘든 여행이었다”며 웃는다. 그 긴 영화제 순례의 동기가 된 는 실비아라는 옛 여인의 허상을 좇아 도시를 돌아다니는 한 남자에 관한 영화이자, 그를 둘러싼 이 도시의 시선과 소리에 관한 영화다. 당신이 전주 어느 노천 까페에 1시간만 앉아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에 관해 상념에 젖어 본다면 호세 루이스 게린이 표현하고 싶었던 바를 이해하게 되리라. -두 편의 영화를 보고나니 당신이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영화들이 궁금해졌다. =위대한 영화감독들이 있었다. 브레송, 채플린, 오즈, 존 포드, 드레이어 등등..

[JIFF 2011] 피니스테라에

산티아고를 향해 떠나는 두 유령의 여행 귀여운 두 유령은 자신이 원하는 다른 존재로 변화하기 위해 긴긴 여정을 떠난다. 황량한 사막을 걷다가 히피를 만나기도하고, 눈 덮인 산을 넘다가 순록과 친구가 되기도하고, 숲속 호숫가에서 제의적인 의식을 열기도하고, 귀가 달린 나무 숲을 지나치기도 하고. 알레고리 가득한 흥미진진한 형식과 내용을 갖춘 영화였다. abject art, 비디오아트, 퍼포먼스, 자연의 경관을 표현한 정통회화 등 형식적인 실험이 뛰어나다. 너무 착한 우화로 빠진 결론은 조금 아쉽지만, 이미지만으로도 영화의 독특함을 만끽할 수 있을듯하다. 스페인의 판타지 영화. 소나르 사운드 페스티벌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세르히오 카바예로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이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영화는 자신들이 사는 어둠..

[JIFF 2011] 실비아의 도시에서

6년 전 만났던 실비아를 찾기위해 그녀가 있는 도시에 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노천 카페에 앉아 그녀가 어디선가 보이기를 기다린다. 기억이 나는 대로 그녀의 눈, 목, 등 ,손 등을 스케치해본다. 실비아가 나타났다. 그녀가 분명하다. 그녀를 따라 간다. 그녀는 미로같은 골목을 지난다. 낯선 남자가 한참동안이나 쫓아온다. 그를 따돌리기 위해 통화하는 척도 해보고, 골목을 빙빙 돌기도했다. "실비아!"하고 소리쳤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가게에 들어갔다 나왔는데도 여전히 쫓아온다. 마침내 그는 내가 탄 버스에 탔다. 다가온다. 그리고 말을 건다. 시선과 도시의 풍경을 리드미컬하게, 한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구성했다. 영화는 크게 두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에서 카메라는 그의 시선과 일치한다. 건너..

[JIFF 2011] 포르투갈식 이별, A Portuguese Farewell (1985)

개인적으로 이번 JIFF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섹션은 포르투갈 영화 특별전이었다. 영화에 대한 특정한 지식이라고 내세울 것은 없지만, 게다가 포르투갈에 대한 어떠한 애정이 없음에도 이제까지 보아왔던 포르투갈 영화들이 꽤 괜찮았던 과거 때문이다. 특히 주앙 보텔료(João Botelho)라는 거장을 눈앞에서 보게 되어 좋았다. 조금은 무심한 듯한 그의 몸짓이 좋았다. (관객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지 않아 보인달까? 유명인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 아쉽게도 (2010) 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놓쳐버렸고, 내가 선택한 (1985)은 보는 내내 오즈 야스지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의 내러티브나 속도가 오즈에 대한 오마쥬 같아 보였다. 역시나 GV에서 감독은..

[JIFF2011] 잊혀진 공간, forgotten space

사실 내가 조금 더 먼저 알게 된 것은 노엘 버치의 보다 , 할 포스터의 책에서 읽었으나 특별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앨런 세쿨라의 전시인 에 관한 것이었다. 할 포스터는 앨런 세쿨라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해양 공간과 글로벌 경제 사이의 연관 관계를 추적하며,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상상 및 실제의 지리들과 함께 그는 우리의 글로벌 질서에 대한 인식적 지도의 윤곽을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세쿨라는 서사와 이미지에서 자신의 관점을 계속 이동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민족지적 프로젝트가 가지는 교만에 대해 여느 신참 인류학자 못지 않게 성찰적이다. 사회학적인 추정들과 인류학적인 뒤얽힘에 대한 자각... 『실재의 귀환 (The return of the Real)』, 할포스터, 조주연 역, 경성대학교 출판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