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162

힐빌리의 노래

가난한 이들은 왜 극우를 지지하게 되는가. 전세계적으로 정치공간에서 떠오르는 질문같다. 특히나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 궁금했다. 하나의 모호한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어떤 사람'. 국회의사당에 난입하고, 투표장을 지키는 일은 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든 투표를 통해 대표가 선출되는 국가에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그 일을 했다는 것은 늘 믿기 어렵다. 그 어떤 사람도 사실 알고보면 평범한 누군가일텐데... 영화는 원작에 있는 정치적인 부분을 빼고 가족 서사로 완성되었다. 미래로 향하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그 가족이 동시에 나를 고지에 도착하게 한 원동력인 애증의 가족사를 잘 풀어냈고, 신분 상승에 성공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에밀리 인 파리

여행 못가는 이런 시국에 여기저기에서 많이 추천하는 파리 분위기 물씬 풍기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다. '에밀리 인 파리'라는 드라마인데, 보기전 인상으론 '미드나잇 인 파리'의 라이트 드라마 버전이라고 생각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프랑스 '과거' 문화예술에 대한 오마쥬라고 한다면, 에밀리 인 파리는 '현재'에 대한 리포트 느낌이다. 속도와 유행에 민감한 미국인의 눈으로 본다면 고루하고 답답한 프랑스인들. 내가 너희에게 마케팅을 한수 가르쳐주마 하고 자신만만하게 등장한 에밀리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상사가 예기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어 프랑스 파견근무지에 대타로 오게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다. 불어를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파리 정착과정, 콧대높은 파리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SNS를 통해 성공..

넷플릭스 시청 목록들

코로나 시국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 거기에 백일된 애까지 딸렸다면, 드라마 정주행하기에 괜찮은 맥락이다. 말은 이렇고, 사실 넷플릭스 결제는 했지만 우리의 시청률이 거기에 따라가주지 못하고 있다. 원래 텔레비전이랑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예전 넷플릭스가 궁금해 한달 무료 체험을 해보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그때 그때 취향에 맞는 컨텐츠가 있을때 찾아보거나 일회성 결제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도 다 문을 닫았고 2호를 키우며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컨텐츠 소비를 해보자 싶기도 했다. 그냥 카탈로그 목록만 휙 둘러보는 넷플릭스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청 프로그램 선정의 기준이 몇가지 있다. 1.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들: 결혼이야기, 버드맨, 로마,..

Greta Gerwig

프란시스 하 에서부터 주목해 왔던 감독, 같은 나이여서일까? 그녀가 읽어낸 작은 아씨들의 현대적 각색이 너무 공감되었다. 한번 본 영화를 다시보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조만간 시간이 나면 다시한번 보고 싶다. 조의 대사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마 90년대 버전의 작은 아씨들도 10대였던 나에겐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최근 생각하고 있는 배제된 예술가, 여성작가 이야기, 낸시 프레이저의 여전히 진행중인 논의와 맞물려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은 영화였다. 조가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출판사를 찾아가 평가를 기다리는 모습 솔직한 평가에 욱하며 화내는 모습 조가 자기 주인공을 결혼시키는 조건으로 출판사에 돈을 더 달라고 하는 모습 그리고, 이 대사, 여자들도 마음뿐 아니라 생각이 있고, 영혼도 있고 아름다움 뿐만 아니..

최근 본 몇몇 영화들

2018년에는 최근 몇 년간 따라잡지 못한 영화들을 좀 몰아보고 있다. 정기권을 끊어 다니던 때는 한국 영화와는 좀 멀어졌으나, 대충 프랑스 영화시장 분위기는 감이 왔는데, 요즘은 프랑스 극장들도 워낙 대형화되어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찾아다니지 않으면 보고싶었던 영화들을 놓치기 일쑤다. 가버나움을 꼭 극장에서 보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끝나있었고, 올해는 파리의 한국 영화제에 마리, 마뉘를 불러 가려 했는데 너무 바빴고, (그 사이 마리는 공작에 감동받았더랬고). 뭐 그런 분위기. 입소문이난 (여기에서 입소문이라고 해봤자 기사들이나 흥행후 사후적인 논평들 뿐이지만) , 독립영화들을 몇개 연달아 보았다. 살아남은 아이/ 죄많은 소녀 해결하고 싶어하는 애도의 문제는 저 멀리 파수꾼과 공명하며, 죽음과 애도 슬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