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2021 시작

1호가 태어나면서 워드프레스에 비공개가족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활자중독과 기록신봉자인 나는 무엇이든 읽어대는 불치병이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후술예정) 간단하게라도 써놓은 아이디어나 잔상들이 읽을만한 글이 되거나 때로는 내 연구 노트에 첨가되는 일도 있으니 사실 기록은 나를 이루는 팔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1호가 자기 활동반경과 사생활이 생겨 개인활동이 가능해질 즈음, 바야흐로 2020년 5년 터울로 2호가 태어나면서 기록에 대한 신앙은 체력의 한계로 인해 점점 희미해져갔다. 아, 이거 적어야지하는 순간, 나를 찾는 2호의 찡찡소리가 들린다. 잊고있던 신생아 키우기의 강도는 나의 5년 나이듦과 더불어 그리고 2020년의 코로나까지 버물러져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여백이 없는 일상을 의..

속좁은 일상_2 2021.01.07

용도 변경

이런저런 플랫폼이 많아져 여기저기 단편적인 노트들만 줄줄이 들어간다. 그러나 저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이곳이 가장 편안하고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곳이랄까. 어느순간 사람들의 피드백과 반응을 의식하게 되는 페북은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곳으로 이용해야 할 것 같고, (최근 우울증과 관련된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데, 이런 고립의 상황에서는 소셜네트워크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여 잘 이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최근 생긴 변화, 하지만 중력은 날 도와주지 않고...) 브런치는 순화된 미술관과 고블랑 관련글을 정제해서 올리는 곳으로 이용해야 할 것 같다. 거칠고 정제되지 않는 편린들을 아이폰 메모장에 써 넣곤 했는데, (어느 순간 티스토리 날짜 예약 기능이 이상해져버리는 바람에) ..

속좁은 일상_2 2020.05.07

가난이냐, 지루한 삶이냐...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제리 살츠가 했던 강연의 내용을 정리한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이 좀 극단적이지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창작자 버전은 바로 이 선택이 아닐까 싶다. 아트스쿨을 중퇴하고 자신의 재능에 대해 실망해 트럭운전을 하다가 40대에 예술비평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제리살츠의 이력이 그의 이런 말들을 공허하지 않게 해준다. 최근 내가 느꼈던 무기력함들이 동기부여의 문제나 열정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결국 내가 가난을 두려워하는데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분법으로 선택항을 나누는 것은 다소 극단적이겠지만, 현실에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가난하지 않은 창작자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가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에서 이런 고민들이 시작된 것 같다. 제리 살츠의 지침을 마음에..

속좁은 일상_2 2019.11.28

일상의 골목을 걸어보기

루벤에 갈 때마다 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집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걸어서,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적극적으로 골목을 직접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한 서너번은 왔던것 같은데,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젊은 대학생들이 많고, 선남선녀/미남미녀가 많은 동네였다.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 문화가 잘 되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고, 사람들의 표정은 파리에 비해 뭉툭하고 거칠지만 아이와 함께 다니는 이들에겐 관대했다. 대부분의 유럽도시가 그렇듯. 그래서 이번에도 이레효과를 좀 누린듯.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는 기쁨과 경이로움과 함께 노동과 일상의 피로는 덤으로 온다. 그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두 태도가 있겠지. 꼰대처럼 교훈세례를 퍼부으며..

속좁은 일상_2 2019.03.13

마담 이븐

마담 이븐의 생일은 10월 5일이었던 것이었다. 따라란!!! 옆옆집 할머니 마담이븐 .전직 도서관 사서로 재작년 은퇴이후 아주 고요한 삶을 살고 계시다. 이레가 태어난 이후부터 새해에 카드며, 이레생일에 맞춰 선물을 꼭꼭 챙겨주시는 분. 늘 마음속에 감사함은 있지만, 우리는 늘 바쁘고 일손이 모자라는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엄마빠라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진심어린 환대의 마음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시간 많은 은퇴할머니라 동네 소문에 바삭한 것은 물론이고, 이 건물에 사신지도 어언 40년? 이라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인구변화에도 민감하시다. 여튼, 올해도 어김없이 이레생일에 맞추어 책선물(사서다우심!!)과 카드를 ..

속좁은 일상_2 2019.01.07

겨울, 니스

그냥 왠지, 니스는 돈많은 사람들이 집 한채 사두는 휴양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정도는 자연스럽고, 지저분하고, 거주자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러면서도 문화 공간이 있는 곳이, 나에게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M언니는 마티스 미술관을 보는게 목적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한 우리의 재회장소는 암스테르담이었지만, 뭐 어디든 어떠랴. 덕분에 나도 머리도 식힐겸, 바다도 볼겸, 장장 6시간동안 기차를 탔다. 니스는 정말 단정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들로 가득찬 중심지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다. 마티스 미술관은 중심과 조금 거리가 떨어진 마을로 들어가야 했다. 그곳이야 말로 노인들이 한가롭게 개와 산책하거나 페타끄를 즐기는 동네였다. 마티스 미술..

속좁은 일상_2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