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일상의 골목을 걸어보기

유산균발효중 2019. 3. 13. 19:00

루벤에 갈 때마다 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집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걸어서, 버스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적극적으로 골목을 직접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한 서너번은 왔던것 같은데,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하고, 젊은 대학생들이 많고, 선남선녀/미남미녀가 많은 동네였다.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 문화가 잘 되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고, 사람들의 표정은 파리에 비해 뭉툭하고 거칠지만 아이와 함께 다니는 이들에겐 관대했다. 대부분의 유럽도시가 그렇듯. 그래서 이번에도 이레효과를 좀 누린듯.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는 기쁨과 경이로움과 함께 노동과 일상의 피로는 덤으로 온다. 그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두 태도가 있겠지. 꼰대처럼 교훈세례를 퍼부으며 곧 지나갈 것임을 설파하거나, 고생담을 공유하는 것. 이 둘 중 어느 태도도 갖지 않기위해 의식적으로 말과 행동을 점검해본다.  

이레에겐 언니가 아닌 누나라는 호칭이 생겼다. 혼자자라는 첫째라서 익숙하게 장착된 관계들이 균열을 가져오는 최초의 순간, 이레는 당황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이레도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새로운 관계를 유연하게 설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모와 엄마의 관심이 자신보다 작은 아이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당황스러움을 어린아이같이 표현하는 모습이 오히려 건강하고 솔직해 보여서 좋았다. 커가면서 조금씩 이런 당황스러움을 감추는 법을 배우겠지.

나도 누군가를 위해 집안일이나 노동을 해 본 적이 많이 없어 서툴고 어색하기도 했다. 그우리가 그에게 맞이하고 준비해야 할 손님이라면 우리는 손님 코스프레를 하며 조심조심 행동해야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적극적이고 즐겁게 즐겨야 할 것 같다. 나도 우리집에 자주 오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무례하지 않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것을 즐기는 성숙함을 가져야 하고. 그런 면에서 이래저래 유익한(?) 방문이었다. 이런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기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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