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021 시작

유산균발효중 2021. 1. 7. 07:26

1호가 태어나면서 워드프레스에 비공개가족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활자중독과 기록신봉자인 나는 무엇이든 읽어대는 불치병이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후술예정) 간단하게라도 써놓은 아이디어나 잔상들이 읽을만한 글이 되거나 때로는 내 연구 노트에 첨가되는 일도 있으니 사실 기록은 나를 이루는 팔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1호가 자기 활동반경과 사생활이 생겨 개인활동이 가능해질 즈음, 바야흐로 2020년 5년 터울로 2호가 태어나면서 기록에 대한 신앙은 체력의 한계로 인해 점점 희미해져갔다. 아, 이거 적어야지하는 순간, 나를 찾는 2호의 찡찡소리가 들린다. 잊고있던 신생아 키우기의 강도는 나의 5년 나이듦과 더불어 그리고 2020년의 코로나까지 버물러져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여백이 없는 일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동거인은 나에게 간단히라도 기록을 해보라는 의미로 아이패드를 덜컥 사주었건만, 2호 탄생 후 육아기록은 커녕 일기도 제대로 쓰지못하고 있다. 아이가 기관에 가기 전까지 개인 시간을 많이 갖고 연구도 정리해보려는 계획은 저 멀리로. 그냥 하루하루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조차 버겁다.

 

그냥 이럴땐 읽고 쓰기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읽고 써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의식주에 팔할의 일상을 쓰고 있는 컨텍스트에서 논문을 쓰기보단 그냥 의식주에 관한 이야기를 쓸 곳이 필요했다. SNS도있고, 덜컥 열어놓은 브런치도 있고, 가족 블로그도 있지만, 익명의 누군가가 와서 읽고있다는 인기척을 느끼기엔 나의 오랜친구 티스토리만한 곳이 없다. 

 

이렇게 2021년을 시작한다. 5살된 1호, 4개월된 2호, 오늘도 코딩중인 냄편과 함께. 

한해의 시작은 늘 galette des rois와 함께! 

2021년 첫 페브! 내가 찾았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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