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지만, 나를 어떤 '직업'으로 규정하는게 불편해서 늘 일은 먹고살기위한 수단으로만 여겼다. 일제강점기라면 나는 아나키스트이겠구나. 어떤 일의 대의명분만을 따르며 으쌰으쌰 할 수 있는 인물은 못되는구나 느꼈다. 독립운동가중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삶의 성공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성공한 이는 김일성이 아니겠는가. 김구 같은 사람은 이름만 남았을 뿐이고. 다 골치아프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힘이없는 다른 이들을 내쫓는 것은 싫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현실에서는 잘 실현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속좁은 일상_2 2018.03.01

손목사 해직

아침부터 충격적인 뉴스에 정신이 혼미하다. 교회 신도들과 부적절한 관계. 일주일 동안 비대위에 의해 밝혀진 여성만 6명. 6명이 다일까? 그의 설교와 그의 행동을 어떻게 구분짓고 받아들여야 할까? 화목사님 설교 다음으로 좋아하던 설교였는데. 최근에는 성경강해보다 주제식 강해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듯해 잘 듣지 않았지만, 다시 시작한 설교 듣기에 그 리스트를 추가 해보려던 참이었는데. 혹시 고모가 그 교회를 떠난 것도 그 일과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참 어렵고 슬픈일이다. 이제라도 해직이 된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뉴스앤조이의 수많은 성추행 목사들 기사를 읽으면서도, 그래 얘는 그럴만한 놈인데 왜 모르고 당했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있었는데... 많이 자유롭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목사 중심..

속좁은 일상_2 2017.10.26

언어로 인한 절망, 언어를 통한 희망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번역가들의 자리가 줄어든다고 한다. 구글번역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으며, 모르는 언어도 인터넷사전을 통해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외국어를 학습하는것은 점점 쓸모없는 일이 될 수도 있곘다. 실제로 영국학생들의 제2외국어 실력은 매우 형편없는데, 그 이유는 세계 어디를 가도 자국어로 소통하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외국어를 배우는데 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외국인친구들과 불어를 배우는 클래스에 가면, 영어화자들은 말하다가 막히면 막 영어로 말해버린다. 그럼 선생님도 알아서 알아들어주고 고쳐준다. 여전히 불어때문에 골머리를 싸고 있으면서, 성인화자가 남의 언어 배우는게 진짜 어렵구나 느끼면서도다른 외국어를 배워보고 싶다..

속좁은 일상_2 2017.08.26

부채감

지금은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는 한 선배가 쓴 글을 보다가, 자신의 유학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을 부채감이라고 꼽았던 것을 보았다. 부채'상황'도 아닌 부채'감', 자신이 미국에서 30대에 논문쓰며 공부하는 동안 한국사회의 친구들은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고통당하고 있었다는 조금 대의에서 한말이긴 한데. 다른 혹은 비슷한 의미로 이말에 공감했다. 우리가 유학을 나올때가 박근혜정부 시작때이니 이미 많이 지났네. 세월호와 탄핵을 외국에서, 먼발치서 바라보는 부채감은 말할것도 없고. 현실적인 삶에서도 부채감이라는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된다. 내가 쓰는 글이 스타일도 없고, 문학적이지도 않고.. (논문이 뭐 문학이랄게 있겠냐마는), 쓰고나면 친구들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첨삭을 받지 않고서는 안되는 상황이다보니...

속좁은 일상_2 2017.08.26

독립

이레를 빼고 내 삶에대해 나눈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레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수많은 '엄마'들처럼 안부인사의 처음은 이레의 안부와 사진. 인스타에 수많은 아이 사진을 올리지만 막상 나만의 세계가 들어간 사진은 영 찾기 힘들다. 아이들이 엄마의 품에서 독립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엄마도 아이에게서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레의 어떤 특성이 나와 연결되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녀의 인격이나 행동결과를 우리의 양육태도와 일대일로 매칭하려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양육단상 #육아란무엇인가

속좁은 일상_2 2017.06.21

구멍

외국어로 글을 써보면, 내 생각의 흐름에 얼마나 논리적 구멍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이런저런 어휘들을 다 동원해보지만, 곧 그것이 어휘의 부재라기보다는 논증가능한 증거(그것이 물리적이든 단순히 아이디어이든)의 부재임을 곧 깨닫게 된다. 이런 자세로 모국어 논문을 쓰면 뭐라도 되겠어 하다가도, 모국어로 글을 쓰면 금새 모드 전환이 되는 난 성인 외국어 학습자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회가 감사하다.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들을 쥐어짜내고 끄집어내어 정리하고 수많은 정보들을 연결시키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니 말이다. 고급스런 어휘하나 써보겠다고 유의어사전을 뒤져보기도 하고, 좀 더 쉽게 읽어보겠다고 영어며 한국어며 불어며 되든안되든 뭐라도 채워야 하니 말이다. 정보를 ..

속좁은 일상_2 2017.06.21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삶

안자와 방상의 삶, 헤날의 삶에 대해 좀 생각해보다가 문득, 예전 다니던 교회 여름성경학교에 오셨던 선교사님 부부가 떠올랐다. 짧은 시간동안의 대화였지만, 깊은 인상이 남는 분들이었다. 난 영혼의 교제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축적된 양을 넘어선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그런것 아닐까. 외국인들의 말을 배워 그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그들의 삶을 기도편지로나마 쭉 훔쳐본다. 일상생활에서 조차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든 프랑스에서,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성을 배제하는 이 사회에서, 복음을 이야기하는 용기와 야성을 회복해야지.

속좁은 일상_2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