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도서관 일상

자주 지나치지만 한번도 들어가보진 않았던 무프타 거리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파리 시내의 시립도서관들은 모두 연계되어 있어 한 곳에서 만든 회원카드로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통유리로 된 실내는 볕이 잘 드는 구조였고, 건물 가운데 작지만 가지런하게 꾸며진 정원이 보여 기분이 좋아졌다. 이레도 내내 유모차에서 잘 자서 오는 길 커피도 한잔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이레와 함께 있느라, 호흡이 짧고 금방 읽을 수 있는 희곡들에 좀 재미가 붙었다. 정작 커피마시며 우아하게 앉아 읽은 책은, 0-3세를 위한 추천 동화책 브로셔라네ㅜㅜ

속좁은 일상_2 2016.02.04

관점

어떤 대상에 대해 자기만의 관점, 혹은 건강한 세계관을 가지는 것은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임을 익히 인지하고 있었다. 요즘 나의 주업이 이레수발들기 이다보니, 육아에서만큼 건강한 관점이 중요한 곳이 있을까싶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일이며 사람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레를 낳고 내가 참고하는 육아 소스는 그냥 정기검진시 만나는 소아과 의사, 보건소의 의사 간호사들. 몸이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니니 인터넷으로 접하는 한국의 육아 소스들은 너무 중구난방 뭔가 어질러진 공과금 영수증 보관함 같아서 안보는게 속편하다는 결론. 유일하게 내가 참고하는 육아 소스는 서천석의 팟캐스트인데 사실 이것도 지나치게 일반론적인 것이라 육아에 실제적인 행동 지침이라 하긴 좀 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천석..

속좁은 일상_2 2016.01.28

파업 후기

'육아'가 여성의 또다른 자아실현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아이의 안녕과 성장발달이 마치 엄마의 성적표가 되어있는 이상한 사회. 그 성적표라도 좋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더 이해안되는 상황. 이런 사회현상에 대해 김과 나는 동일한 의견과 관점을 갖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나에게 주양육자라는 무게감이 더해진다. 명칭도 낯설었던 주부, 아내, 엄마가 언젠가부터 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 꼬리표가 지겨워져 주말파업을 선언했고, 결과는 나름 만족. 김에게 더 많은 배려와 노동력을 요구하려는 목적보다는, 심리적 자유로움을 위한 파업이었다고나 할까. 주말동안 한 집안일이라곤 음... 커피 물 끓이기? 이렇게 나의 일상을 향한 준비를 조금씩 시작해본다. 사실 나의 급한 ..

속좁은 일상_2 2016.01.25

우린 부자

장을 보러가서, 물건의 가격보다는 먹고싶은 것, 더 맛있는 브랜드의 제품들을 주워담을 때.솔드 때, 머 살 건 없는지 검색하고 있을 때.세탁소에 맡긴 김과 나의 외투들을 찾아 올 때.같이 알바했던 유학생 친구가 놀러와 함께 밥을 먹는데, 우리가 내놓는 음식이며 비싼 디저트를 보며 행복해할때.그리고 요즘 이레를 볼 때. 아, 나는 '가난한'유학생이 아니구나를 느낀다. 그래서 손대접에 힘쓰고 사람들에 필요에 민감해져야지 생각해본다. 요즘 누가복음을 묵상하며 적용해야할 부분.

속좁은 일상_2 2016.01.22

백일

이곳에서는 첫번째 생일조차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데, 백일이야 오죽하겠나. 주변 사람들에게 백일의 전통에 대해 설명하니 다들 엄청 신기해 한다. 임신이 된 날을 기준으로 1년이 된 생일이라는 말에 그게 더 그럴듯하다는 반응도 있다. 여튼 이런 전통이나 문화에 대해 생각할때마다 한국과 프랑스는 엄청 멀리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둘다 기념일을 알뜰살뜰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생략할 뻔 했던 백일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레를 기억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직접 백일상을 마련해주셨다. 우리는 그냥 참석만. 이웃들에겐 백일 떡 말고 초콜렛으로. 아무런 명분없이 혹은 주는 것 없이 무언가를 받는 것에 어색해하는 이들에게 작은것이라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이런 존재구나 싶다. 전혀 모르는 아기..

속좁은 일상_2 2016.01.17

응팔 판타지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만,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일들2015년의 대한민국을 가장 극단적으로 뒤집으면 1988년 쌍문동이 되지 않을까.아빠의 경제력이나 엄마의 정보력 없이도 가장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국민학교만 나와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 수 있고, 공교육과 독서실만으로도 대학입시를 치를 수 있는. 급우는 경쟁의 대상이 아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반자이며, 동네 친구들 집을 오가며 라면을 끓여먹고 야한 비디오를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과거. 혹은 과거라 믿고싶은 환타지.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추억을 되살려준다고 말하고, 마치 자기 아빠같고 자기 엄마같은 사람이 나온다 말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야말로 드라마가 현실에 줄수있는 가장 큰 선물인 환타지를 제공한다. 현실의 우리아빠도 친구 빚보증을..

속좁은 일상_2 201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