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여성의 또다른 자아실현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아이의 안녕과 성장발달이 마치 엄마의 성적표가 되어있는 이상한 사회. 그 성적표라도 좋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더 이해안되는 상황. 이런 사회현상에 대해 김과 나는 동일한 의견과 관점을 갖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나에게 주양육자라는 무게감이 더해진다. 명칭도 낯설었던 주부, 아내, 엄마가 언젠가부터 나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 꼬리표가 지겨워져 주말파업을 선언했고, 결과는 나름 만족. 김에게 더 많은 배려와 노동력을 요구하려는 목적보다는, 심리적 자유로움을 위한 파업이었다고나 할까. 주말동안 한 집안일이라곤 음... 커피 물 끓이기? 이렇게 나의 일상을 향한 준비를 조금씩 시작해본다.
사실 나의 급한 성격때문에 후딱후딱 해치워서이지 김의 집안일 제어능력도 꽤나 안정되어 있다. 결혼전 함께 살았던 누나의 잔소리+ 다년간 단련된 나와의 공동생활 덕분이 아닐까. 김이 차려주는 밥도 맛있고, 이레도 주말이면 오랜시간을 보낸 아빠를 더 열심히 쳐다보니 부담이 없고, 청소와 설겆이도 김차지.
아직 어떤 방식과 강도로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이 여정의 시작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본다. 우리 셋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하나되는 방향으로, 누구하나 집안일에서 소외되지 않는 그날까지 김이레의 아기 찬스가 끝나는 그날까지! ㅋㅋㅋ나의 파업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