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그들 눈에 비친 우리

병원생활 일주일을 넘기니 지루함을 참지 못해 휴게실에 있는 보그 잡지를 꺼내들었다. 글씨는 없고 사진만있어 머리 식히기 좋다 싶었는데... 왠일? 하필 이번호 기획기사 중 한국에 관한 기사가 있더라. 주제는 삼성공화국에 관한 것. 기흉전자 노동자들에 관한 내용부터 삼성에 노조가 없으며 직원들 전용 웨딩홀과 삼성 재단의 학교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이 재밌는 삼성공화국. 머리식히려 읽었는데 괜히 더 피곤. 산모 건강에 안좋아 안좋아..

속좁은 일상_2 2015.10.21

생일의 문장

5존에 숲과 성을 끼고 있는 곳에 가려는 야심찬 계획이 쏟아지는 폭우로 물건너 가버리고...평소같으면 감행했을텐데, 아무래도 이 몸으로 뒤뚱거리며 숲을 산책하며 보는 전시는 무리! 어제까지 쨍쨍 좋던 날씨는 거짓말같이 하룻밤만에 자취를 감추었고, 귀에선 '너의 마지막 생일이 지나가네?'하는 김의 목소리.흥! 그러다 친구가 니 생일에 나올것이다~!!!!!오랜만에 듣는 노영심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읽은 오늘의 문장.1983년 파리에서 부르델의 작품을 마주하던 서경석 님의 문장, 그가 부르델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난 태어난 지 한 달된 모습으로 엄마품에 있었겠지. 그리고 그때 그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 /그 그림 앞에 섰을 때 나는 이미 32세가 돼 있었다. 그림 속의 젊은 예술가와 눈흘김을 ..

속좁은 일상_2 2015.09.12

부족 /만족 /자족

만삭의 예비엄마들에게 출산교육을 하는 그녀는 빠르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젊은 파리지엔 특유의 억양과 속도를 자랑했다. 아마 수십번 아니 수백번을 했을 그 수업을 반복하면서, 안그래도 사무적인 말투에 기계적인 태도가 더해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세상의 모든 마케팅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게을러지지 않았나보다. 이런저런 육아용품의 쓰임새와 필요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고 분명하게, 혹은 친절하리만치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기의 사진을 레이블에 넣은 에비앙의 마케팅도, 모유가 아니면 죄책감을 선물하는 모유관련 용품시장의 마케팅에도, 이 물건이 없으면 발달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광고들에 대해서도 꼭꼭 코멘트를 달았다. 그리고 '그거 아무 소용없는거 아시죠? 뭐, 하긴 엄마의 선택이니까..

속좁은 일상_2 2015.09.09

시차

최근 유럽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이민자 문제이다. 이미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을 싣고 유럽으로 향해 오던 배가 침몰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었고,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음모론도 제기되었음) 시리아의 난민들이 탄 배가 폭풍을 만나 겨우 자신의 목숨만을 건지고 가족이나 아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이 이 곳 뉴스에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독일이 이민자들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그 이면엔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적인 공격들도 만만치 않다. 그 다섯살짜리 시리아 아이가 터키의 해안에 떠내려오지 않았다면, 이 수많은 뉴스들은 모두 미지의 나라에서 들려오는 한갓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을까? 갑작스럽고 요란한 세계언론의 반응이 내 눈엔 어색해보인다. 사실 나도, 이민자들의 배가 여러차례 침몰 했을때는 차마 실감하지 못했던 ..

속좁은 일상_2 2015.09.06

연장선

신경숙 사건에 대해 백낙청 편집인님이 '드디어' 두달만에 입을 열었는데, 오랜만에 읽는 '어려운'한글 텍스트여서인지 영 가독성이 떨어진다. 글의 요지 파악이 잘 안된다. 경향 인터넷신문에 실린 전문을 가져옴. 온 대한민국에 박그네 화법이 유행인건지..아님 내 국어 독해실력이 떨어져서인지.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281504111신경숙의 표절 논란과 총신대 교수들의 표절논란신경숙의 글을 좋아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이 작가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생각해봤을때, 우리가 알던 '신경숙'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외딴방의 신경숙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숙련..

속좁은 일상_2 2015.08.31

2막

시편 137편,1우리가 바빌론의 강변 곳곳에 앉아서, 시온을 생각하면서 울었다.2 그 강변 버드나무 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 두었더니, 3 우리를 사로잡아 온 자들이 거기에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고, 우리를 짓밟아 끌고 온 자들이 저희들 흥을 돋우어 주기를 요구하며, 시온의 노래 한가락을 저희들을 위해 불러 보라고 하는 구나4 우리가 어찌 이방 땅에서 주님의 노래를 부를수 있으랴 5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아, 너는 말라비틀어져 버려라. 6 내가 너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 예루살렘을 내가 가장 기뻐하는 것보다도 더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 혀야, 너는 내 입천장에 붙어버려라. 7 주님, 예루살렘이 무너지던 그 날에, 에돔 사람이 하던 말, "헐어버려라, 헐어버려라. 그 기초가 ..

속좁은 일상_2 2015.08.20

버킷리스트?

해야할 일을 목록화한다거나 필요한 물품들을 나열해 놓고, 무엇인가 리스팅하는게 익숙하지 않다. 그냥 닥치는대로 직관에 따라 살아와서인가.. 그래도 거룩하고 경건한 의식을 준비하듯. 죽기 전에 하고싶은 일들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출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치워야한다는 강박. 마치 인생의 자유로운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시한부처럼..출산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출산후에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 더 정확한 말이겠지?! 친구와 일대일 인과관계를 만들어, 무거워지는 배와 맘대로 안움직이는 몸, 저하되는 집중력 덕분에(__) 할일을 미루고 있다. 그리하여 버킷리스트를 만들고자 9월중순부턴 못보게 될 전시, 찾아가지 못할 장소,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활동들을 열거해보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애가 있어도 굳이 못..

속좁은 일상_2 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