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시차

유산균발효중 2015. 9. 6. 23:04

최근 유럽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이민자 문제이다. 

이미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을 싣고 유럽으로 향해 오던 배가 침몰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었고,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음모론도 제기되었음) 시리아의 난민들이 탄 배가 폭풍을 만나 겨우 자신의 목숨만을 건지고 가족이나 아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이 이 곳 뉴스에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독일이 이민자들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그 이면엔 극우주의자들의 폭력적인 공격들도 만만치 않다. 

그 다섯살짜리 시리아 아이가 터키의 해안에 떠내려오지 않았다면, 이 수많은 뉴스들은 모두 미지의 나라에서 들려오는 한갓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을까? 갑작스럽고 요란한 세계언론의 반응이 내 눈엔 어색해보인다. 사실 나도, 이민자들의 배가 여러차례 침몰 했을때는 차마 실감하지 못했던 전쟁을 뉴스의 리포터가 전달하는 장면, 폭파되어 모든 건물이 무너져버린 아무것도 남지않은 회색의, 시리아 도시의 모습을 보고서야 실감했더랬지.

오늘 아침 한겨레 뉴스 만평에 그려진 쿠르디를 쓰다듬는 세월호 학생의 모습을 보며 들었던 생각. 

이 두 사건이 어떻게 조우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무엇이든 갖다 붙여 우리의 의식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의 산물임이 이해되었다. 

의식은 늘 사후적이다. 외국인(여기에서의 외국인은 앵글로색슨이나 유러피안이 아닌 그 외의 지역을 의미)들에게 도무지 관심은 없지만, 의식있는 시민은 되고 싶고. 내 주변의 생명에는 무감각하지만, 생명을 사랑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유지하고 싶은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장면이 사후적으로 광고의 한장면이 되어 버리기전에, 비극의 장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정녕 힘든일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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