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생일의 문장

유산균발효중 2015. 9. 12. 22:48

5존에 숲과 성을 끼고 있는 곳에 가려는 야심찬 계획이 쏟아지는 폭우로 물건너 가버리고...평소같으면 감행했을텐데, 아무래도 이 몸으로 뒤뚱거리며 숲을 산책하며 보는 전시는 무리! 어제까지 쨍쨍 좋던 날씨는 거짓말같이 하룻밤만에 자취를 감추었고, 귀에선 '너의 마지막 생일이 지나가네?'하는 김의 목소리.흥! 그러다 친구가 니 생일에 나올것이다~!!!!!

오랜만에 듣는 노영심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읽은 오늘의 문장.

1983년 파리에서 부르델의 작품을 마주하던 서경석 님의 문장, 그가 부르델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난 태어난 지 한 달된 모습으로 엄마품에 있었겠지. 그리고 그때 그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 

  /그 그림 앞에 섰을 때 나는 이미 32세가 돼 있었다. 그림 속의 젊은 예술가와 눈흘김을 하고 있노라니 몸속에서 솟구쳐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의 인간력을 몽땅 기울여서 나 또한 무엇인가를 해야지. 하지만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늦지 않은 것일까? .....20대의 나날들이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을 생각하니 콕콕 가슴이 아팠다. 

스무살 때 나는 토오꾜오의 한 사립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할 참이었지만, 실제로 프랑스에 간다든가 하는 일은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 난다면 장거리 행군을 견뎌낼 수 있을까, 투옥된다면 고문을 이겨낼 수 있을까.....그런 따위의 강박관념에 밤마다 시달리고 있었다. 치켜들어야 할 이상, 지켜야 할 대의는 명백했으나 미래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pp.159-160)/

오베르 쉬르 오아즈를 향하는 길에서 쓴 글

   /나는 혼자서 이런 비일상적인 방황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거기에 대답할 수가 없다. 

생각하면 나는 흡사 '엉거주춤이라는 독약'에 마비된 것처럼 이 10년 넘는 세월을 어영부영하며 살아버렸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장을 내야 할 때다. 양친은 이미 가셨고, 나의 젊은 날도 끝나려 한다. 이 여행에서 돌아가면 확실한 '생활'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p. 57)/

이렇게 여행은 끝나고 생활은 시작된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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