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문화센터에 다니시며 여행영어를 배우신다고 했다. 다닌다고 하기도 애매한게, 바빠서 수업을 두세번 가신게 전부인데 그나마도 힘드셨단다. 다들 몇학기씩 다닌 사람들이어서 자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잘 할 뿐 아니라 자긴 배워도 자꾸 까먹으신단다.아버지가 사오신 한글 발음기호가 달린 영어교재로 아버지와 주거니받거니 대화해보셨는데 영 기억이 안난단다.
어머니에게 공포는 돈도 아니고 먼곳에 가는 긴 비행시간이나 몸 상태에 대한 걱정도 아니고, 공항 출입국 검색대에서 하는 영어 질문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안엔 한국승객들이 대부분이라 눈치껏 따라하면 되고, 한국 승무원들도 있다고 안심을 시켜드린다.
하긴, 말안통하는 외국에 살면서 하루에도 여러번씩 주눅들기를 반복하는 처지이다보니 그 두려움이 이해되지 않을리없다. 늘 당당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감있는 어머니의 귀여운 푸념을 듣노라니, 그 세대만이 소유한 재산과 소유하지 못한 지식 사이의 괴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가끔 의견대립이 있을때마다 어머닌 남들이 가진 만큼의 삶의 조건-특히 재화-이 필요함을 역설하시다가도 그래 , 너희들은 똑똑하니까 식으로 허무하게 대화를 마무리 짓곤 하시는데. 아마도 그세대의 어른들이 처한 컨텍스트가 이런 것이리라 짐작해본다. 아니 이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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