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어바웃타임

유산균발효중 2015. 11. 7. 22:29

20대의 방황시절을 함께했던 친구가 추천해준 어바웃타임을 보았다. 이미 좋은 영화로 사람들에게 회자된지 오래인가본데, 유행에 뒤쳐지는 우리는 뒤늦게서야 이영화를 보며 변화된 우리의 삶을 실감한다. 시간여행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소재와 다소 동화스러운 인물설정에도 불구하고, 촌철살인의 대사들이 현실을 아주 세밀하게 통찰한다. 

아빠가 된지 얼마안되서 아빠자의식이 충만한 김은 이 영화가 담고있는 '가족'의 일상에 공감한 듯했고, 엄마자의식을 장착못한 나는 남자주인공의 엄마가 아들의 여친에게 한 대사가 며칠간 머릿속에 머물렀다. 

'너무 예쁘면 개성이나 유머감각을 키울수가 없지' 아마도 나 자신에게 하는 것 같았던 그 대사는 학창시절 내 주변에 꼭 한명씩 있었던 예쁜 친구들을 떠올리게 했으며, 외모보다 개성이나 유머감각이 우위에 있다는 객관적인 지표로 느껴져 잠깐의 우월감조차 느끼게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그 대사의 핵심은 외모와 개성 사이의 비교우위를 논한다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내면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이러한 평범한 사실조차 임팩트가 있을정도로 나의 삶이 척박했나보다, 동시에 엄마 자의식이 생기려는 과정인 나는 이것이 나에 대한 반성을 넘어 한 생명체를 내면이 튼실하게 자라도록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교육관처럼 다가오기까지 해버렸다. 

아, 앞으로 나의 모든 영화감상은 깔대기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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