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장면 3

뉴스를 통해 파리 테러를 일으킨 용의자 가족들 인터뷰를 보았다. 그 정도로 심각한 범죄자라면 그를 알고있던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이라면 더더욱 범죄자와 동일하게 취급당하는 우리 문화와 달리 이들의 말투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기자의 질문에 남얘기하듯 인터뷰한다. 삼형제중 두명의 동생이 테러에 연루된 큰형의 인터뷰는 자신이 단 한번도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없고 자신의 동생들도 그냥 평범한 이들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이 왜 그런행동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 죽음을 당한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담담히 이야기한 후 집으로 들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테러의 브레인이라고 추정되던 이가 생드니 작전에서 사망했다고 공식적으로 보도했다. 벨기에 국적으로 이민자이지만 꽤나 부유한 가정에서 부모의..

속좁은 일상_2 2015.11.22

노란피부, 하얀가면

흑인과 아랍인들이 모여사는 그 동네는 여행자들에게 왠만하면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충고를 하는 장소들 중 하나이다. 파리의 맥락을 잘 모른채 집을 알아볼 무렵, 너무 싼 집이 나와서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가 지하철 역을 나오자마자 펼쳐진 생경한 풍경에 깜짝 놀랐던 바로 그 동네. 생경한 풍경이라 함은, 아프리카 혹은 아랍의 어떤 빈민가 쯤에 와 있는 듯한 인상. 벽에는 그래피티. 백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리 정도. 그 동네 살고있는 지인의 말을 따르면, 11.13 테러 이후에 그 동네 거리엔 아랍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단다. 추가 테러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외출을 자체하는 만큼이나,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향한 보복성공격을 두려워하는 아랍인들도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모양이다. 무슬림 가족들..

속좁은 일상_2 2015.11.21

현장, 기록

테러가 휩쓸고간 파리의 분위기와 나의 느낌을 잊지 않기위해 거칠게나마 기록해둔다. 장면1. ​오늘 아침 키오스크. 신문을 사들고 나오는 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보인다. 프랑스 신문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신문을 전시(?)해 놓았다. 기억과 문자적 기록을 중시하는 이들의 문화. 학교 알림메일을 통해 E.발리바르가 쓴 테러에 관한 글이 배포되었다. 두번의 테러를 겪으며 이 사회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 (사회적 담론의 생산)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 국가가 오피셜하게 정해진 통로를 통해 (대통령 담화와 같은) 정보를 대중과 공유하되, 정확한 팩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매체를 통해 추측성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망자 수나 테러발생 장소, 신원등에 대해 어떠한 추측성 내용도 보도하지 않는다. 사적인 차원..

속좁은 일상_2 2015.11.16

로댕의 정원

​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인 로댕미술관 정원.내부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을 한 로댕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하는 날이다. 집에서 다소 먼 거리이기도 하고, 미술관 안에서 덩치 큰 유모차와 함께 다니는게 왠지 민폐인것 같은 생각에 좀 주저했는데, 이럴때마다 부채질하는 사람은 김. 늦가을 날씨와 잘 어울리는 로댕의 조각들. 겨울을 맞아 모든 잎이 갈색빛으로 물들여 바닥에까지 스며들게 되어버린 나무들 사이를 걷노라니 신생아와 다를바없는 내 일상에 복잡하고 우울한 감정들의 자리가 허용된 것만 같았다. 기분좋고 사치스런 우울함을 느끼며 오늘의 산책 끝! 그리고 늘 주목하게 되는 로댕의 손과 발! ​​

속좁은 일상_2 2015.11.13

어바웃타임

20대의 방황시절을 함께했던 친구가 추천해준 어바웃타임을 보았다. 이미 좋은 영화로 사람들에게 회자된지 오래인가본데, 유행에 뒤쳐지는 우리는 뒤늦게서야 이영화를 보며 변화된 우리의 삶을 실감한다. 시간여행이라는 새로울 것 없는 소재와 다소 동화스러운 인물설정에도 불구하고, 촌철살인의 대사들이 현실을 아주 세밀하게 통찰한다. 아빠가 된지 얼마안되서 아빠자의식이 충만한 김은 이 영화가 담고있는 '가족'의 일상에 공감한 듯했고, 엄마자의식을 장착못한 나는 남자주인공의 엄마가 아들의 여친에게 한 대사가 며칠간 머릿속에 머물렀다. '너무 예쁘면 개성이나 유머감각을 키울수가 없지' 아마도 나 자신에게 하는 것 같았던 그 대사는 학창시절 내 주변에 꼭 한명씩 있었던 예쁜 친구들을 떠올리게 했으며, 외모보다 개성이나 ..

속좁은 일상_2 2015.11.07

세대 차이

어머니는 문화센터에 다니시며 여행영어를 배우신다고 했다. 다닌다고 하기도 애매한게, 바빠서 수업을 두세번 가신게 전부인데 그나마도 힘드셨단다. 다들 몇학기씩 다닌 사람들이어서 자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잘 할 뿐 아니라 자긴 배워도 자꾸 까먹으신단다.아버지가 사오신 한글 발음기호가 달린 영어교재로 아버지와 주거니받거니 대화해보셨는데 영 기억이 안난단다.어머니에게 공포는 돈도 아니고 먼곳에 가는 긴 비행시간이나 몸 상태에 대한 걱정도 아니고, 공항 출입국 검색대에서 하는 영어 질문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안엔 한국승객들이 대부분이라 눈치껏 따라하면 되고, 한국 승무원들도 있다고 안심을 시켜드린다. 하긴, 말안통하는 외국에 살면서 하루에도 여러번씩 주눅들기를 반복하는 처지이다보니 그 두려움이 이해..

속좁은 일상_2 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