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그들의 바캉스

샤모니 근처 작은 마을에 잡은 숙소는, 우리로 치면 휴양림정도의 분위기인데, 통나무로 몇동을 만들어 이름을 붙여 놓고 겨울이면 스키어들이 여름이면 긴 방학과 휴가를 보내는 가족들이 머무는 전형적 휴양지였다.4-5개의 동이 있는데, 주차장이 거의 꽉 찬 걸로 보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가보다. 첩첩산중에 호수도 있고 트레킹 코스도 많고, 산악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도 있다. 큰 마트는 물론이고, 잔디로 된 축구장과 빵집, 카페는 기본. 덩치 큰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게 처음이라 좁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복층구조의 숙소는 충분히 넓었고, 요리를 하기에도 최적의 기구들을 갖추고 있어 기분좋게 짐을 풀었다. 벨기에 사람이라는 주인은 아내의 고향인 상하이에서 바캉스를 보내고 있었으며, 우리의 ..

속좁은 일상_2 2015.08.17

반가운, 독서

​SNS나 카톡이 아닌 방식, 아날로그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한국의 친구들이 몇 있는데, 오랜만에 그들의 소식을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과 함께. 왠지 그들과는 카톡을 하면 안될거 같은 무언의 계약을 맺은 친구들. 팔월에 들어 조금 늘어져버린 감성을 빳빳하게 조여주는 책. 서경식 선생의 조선미술순례. 이틀간 동네 스벅에서 아까워하며 완독해버렸다. 슬픈책도 감동적인책도 아닌데, 난 그의 책을 읽을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가 가진 질문들의 숭고함과 대상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예술을 구태의연한 형식이나 유명함에 기대지 않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야기해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질투난다. 또 하나는 J님이 공모해 수상한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 1회를 맞은 그 소설집에 2..

속좁은 일상_2 2015.08.09

점령!

봄의 시작때 아이를 낳아 부부가 100일동안의 동안거를 끝내고 마침내 안정을 찾은 친구 부부가 준 아기 양말? 신발? 오랜만에 만나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대화 소재에 +1이 추가됐다. +1이이면 지분의 30%정도를 가져야 할텐데, 그 존재감은 가히 70%이상. 후덜덜!가끔씩 여기저기서 물어오는 프랑스육아 어쩌고 저쩌고는 사실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인데, 다급한 순간에는 가장 익숙한 방식의 대응으로 /컨트롤하기/로 돌변해버린다고.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종류의 대화였다. 이전보다 더 안정적여보이고 풍성해보이는 모습에 안심했다. 그리고 이렇게, 친구의 흔적이 그의 사랑스런 영역을 침범해버렸다. 으하하!

속좁은 일상_2 2015.07.28

똑같지 않은 어떤 주일

양희송 씨의 발제를 바탕으로 쓴 이 기사를 정독한다. 가나안 성도현상,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는 제목이다.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5126몇달전 우리와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이, 가나안 성도 담론을 보며 우리를 생각했단다. 착하고 충성된 교회 '회원'은 아니었지만, '비회원'이길 선뜩 그리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오지 않았기에, 그리고 지금 어디어디 교회 다녀요라고 말할 곳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그 명명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제 그 선고를 빼도박도 못하게 생겼다. 이 선택이 잘한것인지 여러번 되물었지만, 그곳을 마지막으로 간 그날의 발걸음이 홀가분하기만 했던 걸 보면, 해볼만한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보고 후회하는게 안해보고 자..

속좁은 일상_2 2015.07.13

파리는 언제나 축제

길고 지난했던 일하는 토요일의 일정이 이번주로 막을 내리고, 무거워지는 몸 때문에 이래저래 우울한데, 일하는게 재미없다는 일좋아하는 가장님의 말에 나마저 힘빠져있던 토욜저녁이 지났고, 근무하듯 참석하는 예배로 심신은 조금 지친다. 파리에 있는 우리에게 맛집 찾아다니고, 여행다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힐링보다 더 친숙한 재충전은 산책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여기저기서 음악까지 들린다면 금상첨화지. 오늘처럼. 그리고 다시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의 계획과 미래를 생각해보며 전열을 다짐. 이분의 나이는 대략 60-70대, 할머니.

속좁은 일상_2 2015.06.22

걱정?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멍한 주일저녁, 그것도 무려 버거킹에서 받은 진지한 질문하나. 애가 생기면 가장 걱정되는게 뭐야? 우스갯소리로, 앞으로의 인생 스케줄이요 하고 넘어갔지만, 마음 속에 떠오른 진짜 대답은 모험보다 안정을 선택할 것 같다는 두려움. 아이를 핑계로 야생 생활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애키우기와 먹고살기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지 못할것 같다는 염려.

속좁은 일상_2 201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