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구멍

유산균발효중 2017. 6. 21. 21:13

외국어로 글을 써보면, 내 생각의 흐름에 얼마나 논리적 구멍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다.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이런저런 어휘들을 다 동원해보지만, 곧 그것이 어휘의 부재라기보다는 논증가능한 증거(그것이 물리적이든 단순히 아이디어이든)의 부재임을 곧 깨닫게 된다. 이런 자세로 모국어 논문을 쓰면 뭐라도 되겠어 하다가도, 모국어로 글을 쓰면 금새 모드 전환이 되는 난 성인 외국어 학습자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기회가 감사하다.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들을 쥐어짜내고 끄집어내어 정리하고 수많은 정보들을 연결시키는 과정 자체가 공부이니 말이다. 고급스런 어휘하나 써보겠다고 유의어사전을 뒤져보기도 하고, 좀 더 쉽게 읽어보겠다고 영어며 한국어며 불어며 되든안되든 뭐라도 채워야 하니 말이다. 

정보를 연결하고 재생산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발달해 있다고 자만해있었는데, 역시 너무 얄팍하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공부를 통해서 타인과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일텐데,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이렇게 끄적끄적하다가 또 마음을 다잡아 본다. 흐와이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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