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엘리이야기

유산균발효중 2017. 3. 6. 06:29

1. 엘리는 고블랑교회에 오는(다니는 아니고) 유대인이다. 언제부터 왔었는지는 딱히 기억이 안나지만, 헤날이 설교를 하던 날, 자신이 유대인이며, 기독교의 어떠어떤 점이 이해가 안되고 구약의 유대인의 후손으로 예수가 왔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등의 장황한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한 1년은 된 것 같은데.. 예배에 모인 사람들은 그의 말에 불편해했고, 헤날은 그와 예배후 한참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눴던게 생각난다. 요즘에 부쩍 자주 보이는데, 50대 초반정도에 크고 마른 몸, 한눈에 딱 봐도 매우 예민한 성격임이 분명한 몸짓을 지녔다. 예배 중간쯤에 와서 설교가 끝나고 성찬식을 하기 전에 나간다. 

한번은 설교시간 끝날때 쯤에, 그 좁은 예배당안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노는 이레를 데리고 앞마당을 산책중이던 나에게 와서는 자기가 이레에게 사과할 것이 있단다. 몇주전 이레가 시끄럽게 할 때 입에 손을 대며 [쉿-하고 몇번했는데 이레가 빽 울었던 것이다. 그는 적잖이 당황했고, 그 뒤로 이레에게 계속 미안한 맘을 갖고 있었단다. 이레는 자기 하고 싶은거 못하게 하면 한번씩 빽빽대고, 낯선사람이 들이대면 빽빽대고 뭐 그랬을 무렵인 듯하다. 나는 그에게 걱정말라고, 이레는 나한테도 그런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래도 자기는 이레에게 용서를 받아야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와 처음 대화한 후에 느낀 것은, 그의 예민함과 섬세함. 하지만 따뜻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 느꼈다. 보통은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않을때, 쟤는 왜저러나? 하고 생각하는게 내가 본 많은 어른들의 특징인듯. 여튼 그 일 이후로, 나도 그에 대한 편견, 좀 무섭고 다가갈 수 없는 이미지? 를 떨치고 편하게 인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가 늦게와서 얼른 자리를 떠나는 바람에 이야기를 하기엔 시간이 별로 없다. 


2. 방상은 우리에게 교회의 멤버가 된 기념(?)으로 간증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고블랑 교회는 성도들이 예배중에 발언을 하거나 자신의 신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에 매우 자유로운 편이고,  종종 정해진 이들이 간증을 하기도 한다. 말은 간증이지만, 내용도 제안이 없어서, 하나님을 만나 이야기는 물론, 자신의 배우자를 만난 이야기, 새해를 시작하는 다짐, 자기 가족들과의 일상 등등 꽤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편이다. 

김은 자신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된 계기였던 야곱 이야기를 짧게 나눴다. 참 그답다. 수 많은 성경의 기적 이야기, 예수님의 '아름다운' 말씀이 아닌, 속이는 자 야곱이라니. 그는 금요예배에서 화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정말 빛을 보았노라 고백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자신의 죄를 깨달았노라 말했다. 비록 구글의 힘을 빌렸지만, 사람들 앞에서 불어로 하나님과의 만남을 소개할 수 있는 것이 참 의미있었다. 


3. 엘리는 오늘 웬일인지 설교가 끝나고, 성찬식이 끝나고, 심지어 광고시간까지 남아있었다. 설교시간에 은혜를 받았나보다 했다. 자유롭게 광고를 하거나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 엘리는 갑자기 자기의 인생 히스토리를 주절주절 풀어놓기 시작하더니, 자기도 40대에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이스라엘에 다녀왔으며, 예수 그리스도도 유대인의 자손으로 온 것이며... 점점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보다못한 사회자가 일단락시켰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의 간증을 듣고, 야곱에 대해 변호하려는 것이었나보다. 간증이 끝난 후, 야곱은 그렇게 못되고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었으며, 그를 통해 예수님이 나온것 아니냐며 김에게 말했단다. 아마도 야곱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꾸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하나님을 이용하고, 인간적인 욕망에 가득차 있었다는 김의 해석이 불편했나보다. 그에겐 메시아의 길을 준비했던 위대한 조상이었을텐데. 

여튼 오늘의 해프닝은 이렇게 끝났다. 예수님이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오셨다고 하신 말씀이 이해되었다. 방상안자가 사역하는 un coeur du monde의 학생인 알란의 사고부터, 엘리의 반응까지. 하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가 정말 하나님의 사람인가 아닌가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기분좋은 긴장감을 준다. 

이레를 재우는 20분남짓한 어둠 속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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