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모국 혹은 타국(의) 에서 역사 가르치기

유산균발효중 2017. 4. 2. 04:17

전쟁 및 홀로코스트 조기교육의 3대 원칙

1.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온정을 베푸는 공감 능력을 배양한다. 

2. 자율성을 육성해서 깊이 생각하고, 양심에 입각한 주관에 따라 행동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 

3.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집단악의 희생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방조자까지도 자기 자신과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토요일 한글학교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만 되겠다고 생각한 남북 분단과 전쟁에 관한 내용. 아이들은 역사에대해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북한하면 나쁜 놈이고, 통일이란 단어가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외계인도 무서워서 못쳐들어오게 하는 중학생들인것도 모자라 재외청소년, 그것도 모자라 다문화 가정아이들이다. 프랑스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슬로베니아게 아빠와 한국인 엄마, 그리스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가족 사용언어는 불어, 일본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가 프랑스에서 만난 케이스에 집에서 쓰는 언어는 일본어, 불어, 한국어듣기 정도, 부모님이 한국인이더라도 거의 한국어로 말하는게 어색한 아이들과 수업을 한다. 

타이틀은 한글학교지만, 아이들은 나에게 한국말을 쓰지 않고 (못하고), 자기들끼리는 불어를 쓰고, 한국말을 어색해한다. 그나마 여기에라도 오는 아이들은 엄마의 눈물나는 설득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나마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 하신다.  일주일에 한번 세시간으로 한국어 실력이 향상될리는 만무하다. 이번학기 구성원들을 생각해보니, 수업 목표를 한국어 실력 향상으로 잡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문화나 언어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도록, 여기서 만나는 친구들과 좋은 인연이 되길 기대할 뿐이다. 여튼, 이래저래 이번학기 수업은 진이 쏙 빠진다. 왠만해선 수업끝나면 홀가분에 기분좋아지는데, 이번학기엔 수업끝나면 녹초가 되곤했다. 

한두주 전 한국전쟁이 궁금하다던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수업을 해야하나 고민고민하다가, 웰컴투동막골을 보기로했다. 다행히 불어 자막본까지 찾아 이 아이들에 수준에 딱 맞았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부모를 둔 아이들도 통일의 필요성을 모르는 마당에 이 아이들이야 어떠랴. 사실 그런 생각은 정치적 견해인 경우이기보단 역사에 대한 무지와 아직은 넓어지지 않은 세계관 때문이 아니겠나싶다. 자료조사를 하며 읽었던 독일인들의 역사교육 원칙이 마음에 남는다. 홀로코스트와 전쟁 상황의 잔인함을 공포스럽게 전달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고 나도 언제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치는게 진정한 교육이 아니겠는가 싶다. 

내 발불어로는 그 깊이까지 가지 못했지만, 부디, 이 영화를 통해 그런일이 일어났음 싶었다. 

다문화재외청소년에게 한국 역사 가르치기라는 어려운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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