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162

Wild, 2014

파리의 미친 더위를 핑계로 며칠 한가한 틈을 타, 미뤄두었던 몇편의 영화를 보았다. 로드무비류의 서사가 가진 진부함 때문에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밖의 수확이다. 편집이 너무 멋져서 찾아보니 달라스 바이어스클럽의 감독 장마크발레다. 그가 매튜맥커너히를 사용했던 방식만큼이나 리즈 위더스푼의 발견도 의미있다. 어쩌면 전형적인 여성의 홀로서기 서사를 그는 아주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최근 인상적으로 보았던 여성인, 클라우드 오브 실즈 마리아의 그녀는 자연을 더 정확히는 시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여성이었다면, 와일드의 셰릴은 일부러 자연에 몸을 던져 몸 안에 축적된 시간을 곱씹고 되새김질하고 받아들인다. 영화내내 엄청나게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이 펼쳐지는데, 역설적이..

인사이드아웃 단상

개봉하자마자 얼른3D로 봄. 슬픔과 기쁨은 함께 한다는 것인생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같은 감정의 요소들이 있지만, 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들이 성숙한다는 것. 머릿속에서 사라진 기억들, 자잘한 에피소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 머릿속의 프로세스를 들여다 본 기분중앙 감정 통제 센터를 만들어낸 상상력에 박수를!그나저나 집나간 나의 joy는 언제 돌아오려나!아마 어른들에게 더 재미있을만한 소재.

미스터 터너

미쳐 정리하지 못했던 터너의 그림과 런던 여행 사진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동네의 작은 상영관에서 티켓을 파는 할머니는 매우 아름다운 화면이라고 이 영화를 소개해주었다. 셀 수 있을 정도의 숫자였던 관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은채, 터너의 붓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보았던 그의 초상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였지만, (깡마른체구였을 것이라 단정했으나) 괴팍함과 예민함 만은 감독과 나의 상상이 비슷했던 듯하다. 나에게 터너는 문예사 수업을 들을 때, ㄹ 선생님이 가장 좋아한다던 작가일 뿐이었다. 풍경이라는 소재에도 심드렁했고, 감성을 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공감되지 않았다. 정작 그의 작품앞에 섰을때는 가만히- 숨을 죽여야만했다. 내셔널 갤러리에선 한 아줌마가 터너의 작업을 모사하고 있었다...

Une nouvelle amie

오종의 새로운 영화_les halles의 가장 큰 상영관이 꽉차고 자리가 없을 정도. 오종의 인기가 느껴짐. 게다가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는 행운까지.작년에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mariage pour tous를 둘러싼 논쟁들, 성정체성과 가족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합의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종식의 깔끔한 연출과 반듯한 세팅은 여전하고, 날렵하고 긴장감 넘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여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알흠답다. 최근 오종의 영화에 좀 시들해졌었는데, 잃었던 팬심을 찾아주는구만. 꺄아악.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들처럼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가 사회적 공명으로 느껴져 한층 성숙해졌다는 느낌.

Shirley, visions of reality

한국에서는 셜리의 모든것, 프랑스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으로의 여행이라고 이름붙여진 영화가 개봉했다. 한국에 비해 늦은 이곳에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호퍼의 팬이 아니라면, 혹은 감독처럼 기하학적인 세트와 건축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조금은 아니 많이 지루했을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의 내면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여자 정혜를 떠올리게도 했고, 그럼에도 미국의 공황시대와 예술가들의 방황이라는 배경을 담아 사회와 예술가의 관계로 호퍼의 그림을 해석해 냈다는 점에서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호퍼의 색과 결을 스크린에 재현했는데, 3차원을 2차원평면에 담으려는 과거 화가들의 기획을 공간을 건축하는 자로서 다시 2차원으로 뒤집어 움직이는 그림으로 그려내는 과정과 의도에서 숭고한 노동이..

Gemma Bovery

플로베르의 소설 emma bovery 의 현대적 이중각색. Gemma Bovery. 19세기는 프랑스에서 소설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시기. ex-bobo파리지앙에서 빵집 아저씨가 된 마탕은 모든 도시인들이 그렇듯, 고요하고 소박한 말년을 꿈꾸며 노르망디 고향으로 돌아온다. 영국에서 온 부부가 옆집으로 이사오기 전 까지는 그럭저럭 별일이 없어 보였지만, 그 아내의 이름은 젬마 보바리이고, 젬마의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본 마탕은 자연스레 플로베르의 보바리를 떠올리게 되고, 공상에 빠지기를 즐겨하는 그의 천성은 그녀를 엠마 보바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소설의 흐름과 젬마의 인생을 대입시켜 관찰한다. 그리하여 이중적 각색이 이루어진다는 사실. 여튼 그의 관음증에 동참하다보면, 자연스레 우리도 젬마를 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