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para-screen 162

보다,

스크린을 눈앞에 두고 '생각하기'를 즐겨하는 나에게, 영화는 '보아야한다'고 말하는 웨스 앤더슨. 굳이 영화의 담론들을 너의 삶으로 개입시키려하지 말라는 언명. 칸트의 '무관심성'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뇌리를 스치다. 완벽하게 흥미로운 '인물'들이 돌아다니는 무대와 상황을 '바라보기'만해도 충분한 그런 영화. 그러나 어떠한 강박적 환타지에 의해 지어진 그 세트를 바라보는 눈의 피로감을 감수해야함.

un week-end à Paris (2013)

30주년 결혼기념일을 보내기 위해 파리에 오는 영국의 어느 노부부. 2년이 되어도 30년이 되어도 싸우는 주제는 똑같고 빈도도 비슷하구나. 히스테릭하지만 섬세하고 소녀같은 한 여성과 아내를 사랑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소심하고 강박증에 꽉찬 철학교수인 남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기념일 즈음에 봐서 그런지, 함께 살아가는 것과 늙어가는 것에 대한 대화거리를 던져준 영화.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풍경의 로맨스에 집착하기보다는,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동시에 관계의 '날것'이 드러나는 상황을 파리라는 공간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성공했다. 파리는 천의 얼굴을 가졌으니까.

장 콕토_La belle et la bête

뱅상카셀이 주연한 미녀와 야수가 개봉했다. 혹자들은 뱅상카셀을 내세운 재미없는 영화라고 들 하는데, 홍보하기 위해서인지 UGC에서 장콕토의 미녀와 야수를 두번 상영했다. 1946년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콕토의 기치가 듬뿍담긴 이 영화는 흑백으로만 표현될 수 있는 극적임과 빛의 화려함이 잘 드러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미장센, 특히 소품들이다. 이야기의 배경으로만 사용되어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소품들이 콕토에게 있어선 가장 주목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 특히 야수가 살고 있는 성은 상징이 응집된 공간이다. 장미라는 금기,타자로서의 아버지, 거울이나 열쇠, 동물로의 변신의 환상적 테마는 정신분석학자들이 흥분할 만한 소재이고, 인간의 신체를 이용한 촛대, 장갑 등의 일상적 소재에 ..

Tante Hilda

애니메이션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다양한 소재의 애니메이션을 시즌이나 관객수에 상관없이 꾸준히 만들고 있다는 점에 늘 고무된다. BD(Bande-dessinée)라고 불리는 만화는 이곳에서는 단순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유희와 교육도구가 아니다. 일반적인 책으로 또한 예술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BD를 단순히 만화로만 취급해서는 안된다. 실로 BD안에서도 일반 서적내의 장르만큼 다양한 소재가 다루어지는데, 정치, 철학, 사회, 스포츠, 국제사회 등을 망라한다. 오늘 보았던 힐다는 환경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인류의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전자 조작식물이 한 실험실에서 발견된다. 늘 그렇듯, 그 실험실에 함께한 연구원..

Yves Saint Laurent

얘네들이 전기영화를 만들어내는 빈도수를 보면 참으로 놀랍다. 어디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나 싶기도하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정치적 인물들 (사실 그 인물들의 주변의 사건)을 중심으로만 만들어내는 한국영화의 소재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를 해보게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입생로랑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가 창조해 낸 새로운 스타일의 의상에 더 비중을 두었다거나, 상징적 사건 하나를 뽑아내야 마땅할 텐데.. 이영화가 보여주는 입생로랑은 패션브랜드로서이기보다는 인물로서의 입상로랑이다. 그 점이 이곳의 전기영화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더불어 그의 동반자였던 피에르 베르제라는 인물도. 게다가 이 배우(Pierre Niney, Guillaume Gallienne)들, 연기를 넘 잘하잖아?!

La Vie rêvée de Walter Mitty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혹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다면 정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던지고 있다. 미티라는 캐릭터를 벤스틸러 식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전형적인 공상가인 미티가 자기 아내의 쇼핑에 따라가서 지루함을 이기기위해 상상을 한 내용을 다룬 미티의 이야기는 벤 스틸러에 와서 위대한 일상과 작은일에 대한 충실함이 가져오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뭐, 영화자체로서는 새로울 것도 그리 흥미로울 것도 없었지만, 소심하고 조용한 월터 미티가 그를 찾기위해 감행하는 모험적인 여정을 따라가며 '내적 에너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