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행동은 언제나 전체라는 맥락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한나아렌트의 생각은 혹자들의 비판과 같이 악이라는 행위를 개인의 의지나 자율성과 떨어뜨려 놓는다는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아이히만에게서 찾아낸 증거들은 유대인인 그녀에게 약간의 위안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이들에게도 무엇인지 모를 안도감을 준다. 그런 괴물의 존재를 인정하기 싫은, 악이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 단순한 결핍으로 보려는 시도. 조금 더 인간적이나, 조금은 빗나간듯한 시도.그렇다고 그녀가 용서를 운운한다거나 관용을 운운하는 순박한 철학자는 아님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었던 시절의 나도 그랬다. '생각없음'을 경계하며, 수동성을 경계하라는. 사유없음이 오늘날 문명의 위기를 가져왔으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