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국식 퍼즐, 뭔가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이르는 관용구라는데, 아마 유럽 문화권에서 한자 혹은 한자로 된 낱말퍼즐을 바라보는 암담함을 드러낸 표현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한장면에서 오드리 토투가 고객인 중국인 회사와의 회의 중에 중국어로 쏼라쏼라 하는데, 정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불어를 또랑또랑 진정한 파리지엔의 모습으로 다소 차갑게 발음하는 것과는 달리, 성조를 의식한 발음과 악센트는 정말 웃음이 난다. 아마 아시아인이 하는 불어를 듣는 프랑스인들도 그렇겠지.
여튼 세드릭 크라피쉬 정도로 흥미롭고 산뜻한 연출을 할 자신이 없다면, 이런 궁상맞은 사랑이야기나 가족이야기 혹은 타문화에서 살아가는 찌질함은 단지 신파가 되버릴 뿐이다. 혹자는 그의 이야기를 막장드라마라고도 하니 말 다했지뭐. 그럼 어떤가, 이토록 사실적이고도 재밌게 이런 구질구질함을 풀어내 준다면 슬프지만 진실인 이 이야기는 세번이나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이걸 본 날에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로망뒤리스의 진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며, 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누군가에게는 늘 낯설게 느껴질 나와 나의 문화 나의 언어를 비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술의 상상 > para-scre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Tel père, tel fils (0) | 2013.12.26 |
---|---|
A touch of sin_Jia Zhang-ke (0) | 2013.12.21 |
LA MARCHE: 1983-2013: 30 ans de Marche pour l'Egalité (0) | 2013.12.02 |
Le Transperceneige, 영화보다 영화관 이야기 (0) | 2013.11.12 |
Gravity (2) | 2013.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