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극장문화는 몇가지가 흥미롭다. 일단 좌석지정제가 없다. 가끔 있는 영화관도 있다던데, 그리 일반화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개봉한지 하루 이틀 된 기대작을 보기 위해서는 줄을 서서 대기하기도 한다. 이곳의 줄서기 문화는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일반적으로 영화 상영시간이전 20분정도가 광고시간이다. 걸어서 3분거리인 동네 UGC에 가는 날이면, 집에서 상영시간 지난 10분 후에 출발한다. 티켓 끊어서 상영관에 들어가면 대충 영화 상영시간 도착이다. /그리고 역시, 이들은 영화 시작하기 직전까지 엄청 시끄럽다.
동네에서 개봉하지 않은 설국열차를 보러 Bercy의 엄청나게 큰 상영관으로 갔는데, 제시간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거의 꽉찼다. 개봉일에는 르몽드에 한면을 할애한 비평기사가 실리기도했다. 평은 대체로 좋았는데, 설국열차가 국내에선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회의 구조에 대한 비판이나 이데올로기적이고 알레고리적인 해석을 즐기는 이곳의 문화에 더 잘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영화의 곳곳에 드러나는 '아메리카니즘'적이지 않은 시선도 이런 재앙영화에서는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잘 썼다는 평가가 많다. 그리고 이들에겐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극단성이나 폭력성이 꽤나 자극적인 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 한국에서 설국열차를 본다면 그냥 약간 징그러운 장면이 가끔씩 나오는 영화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일부러', '오히려 더 강하게' 시각적, 감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폭력성과 잔인함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러나 엊그제 리베라시옹에서 '프랑스의 엘리티즘이 얼마나 견고하게 구조화 되어있는가'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인물이 '커티스'였다는 점에서, 그의 아이디어와 해석방식은 내 취향이 맞다.
여튼, 커다란 스크린에서 나오는 한국말 대사를 들으니, (그것도 송강호의!) 속이 개운했다. 봉의 선전이 반가웠다. 그리고, 틸다 스윈튼을 숭배하기로 마음먹었다. ㅋㅋㅋ
시작전, 활기찬 혹은 기대에 찬 극장의 공기를 담아보고자 찍은 사진. 어두워서 그리고 극장이 너무 넓어서 한 화면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슬픈 후문.
한달전쯤에 발견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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