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beyond-letter

죽은 자의 집 청소 / 죽음의 에티켓

유산균발효중 2020. 11. 3. 06:27

언젠가부터 탄생에 관한 이야기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더 공감을 얻고 많이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 자극적인 범죄나 연예 기사 혹은 사회면을 장식하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쩌면 어쩌면 웰빙하는 자아의 확장으로 웰다잉하는 자아에 대해 관심을 뻗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에 관한 책이나 에세이는 물론 예능에서도 죽음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죽음이라는 소재에 관한 그리고 밀리의 서재 가입에 관한) 유행에 편승하여 읽어볼 만한 두 책이 눈에 띄었다. 

죽은 자의 집 청소_김완@ 밀리의 서재 

단지 사회 현상으로서의 고독사 혹은 자살을 개인의 노동이라는 소재와 엮어낸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알려지지 않았던 공간을 살펴보는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특수청소를 하는 글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과 그 이후가 어떻게 사회에서 지워지는지 볼 수 있다. 쉽고 명료한 문체로 가볍지 않는 이야기를 구축해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사람들이 꺼리는 죽음의 공간에 들어가 모든 것을 무로 돌려놓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는 밥벌이의 고단함과 보람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자살과 고독사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임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죽음의 에티켓_롤란트 슐츠@리디북스

죽은자의 집 청소에 앞서 몇달전 읽었던 '죽음의 에티켓'을 떠올려본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롤란트 슐츠의 이 책은 실제 죽음의 절차에 관해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저널리스트답게 건조하지만 상세하게 죽음 이후의 절차를 다루었고-독일의 상황에 맞게- 객관적 혹은 관조적으로 결혼과 출산과 같이 생의 한 과정으로서의 죽음에 관해 고민해보게 해준다. 결혼식을 준비하듯, 출산과 양육을 준비하듯 죽음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