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Greta Gerwig

프란시스 하 에서부터 주목해 왔던 감독, 같은 나이여서일까? 그녀가 읽어낸 작은 아씨들의 현대적 각색이 너무 공감되었다. 한번 본 영화를 다시보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조만간 시간이 나면 다시한번 보고 싶다. 조의 대사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마 90년대 버전의 작은 아씨들도 10대였던 나에겐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최근 생각하고 있는 배제된 예술가, 여성작가 이야기, 낸시 프레이저의 여전히 진행중인 논의와 맞물려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은 영화였다. 조가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출판사를 찾아가 평가를 기다리는 모습 솔직한 평가에 욱하며 화내는 모습 조가 자기 주인공을 결혼시키는 조건으로 출판사에 돈을 더 달라고 하는 모습 그리고, 이 대사, 여자들도 마음뿐 아니라 생각이 있고, 영혼도 있고 아름다움 뿐만 아니..

마르셸 뒤샹 상 2019/ 20191025

최근에 보았던 수많은 전시감상평을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국어로 긴 호흡의 글을 써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달라진 언어환경에 적응하느라 글을 쓰는 근육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후에 잠깐 시간을 내어 퐁피두에 들렀다. 마르셸 뒤샹 2019년 수상 전시를 보기위해서다.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리는 젊은 프랑스 작가전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데, 두 공간을 훑으니, 동시대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다양한 매체를 한눈에 단기 속성으로 벼락치기 한 기분이다. 올해 마르셸 뒤샹상 수상자는 에릭 보들레르다. 시네아스트로 더 먼저 알려진 그의 이번 작업은 친절하고 대중적이게 느껴졌다. 생드니의 중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그들이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 2시간 가량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안에 있는 프랑스 사..

Ana Mendieta

아나 멘디에타/ 페미니즘과 타자성에 관련된 논문을 쓰는 친구가 있어서 아나 멘디에타의 이름과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을 당시엔 흔한 작가라고 생각해 그리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또 만나게 되었다.) 사진이 아닌 실제 작업 영상이나 큰 프린트로 된 작업들을 전시로 보니 강렬했다. 초기 바디아트 페미니스트들의 저항성과 극단성을 보여준다. 미술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작가임은 확실하고, 개인적으로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동물의 피나 템페라의 붉은 색들을 이용한 지나치게 상징적인 작업들은 별로였고,대지미술에서 사원소를 모티브로해 대지와 몸을 연결한 작업들은 인상적이었다. http://www.jeudepaume.org/?page=article&idArt..

JR - Momentum/ 스트리트 아트의 아카이브화

유럽사진미술관에서 JR에 관한 작품들을 전시중이다. 프랑스의 제도권 기관 안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고한다. 몇년전 (아마도 2015년?) 페로탕 갤러리에서 꽤나 큰 규모의 아카이브 '사진전'에서 그의 작업을 좀 더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몇년 사이 대중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작가가 된 것 같다. JR은 activiste urbaine/ performer로 많이 소개된다. (이제는 전세계의) 주로 가난하고 산업화에서 소외된 지역들을 찾아가 건물의 벽 일부를 캔버스로 하여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해 붙이는 작업을 한다. 가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해오는 작업이다. 우연히 파리 외각 지역의 기차 종점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카메라를 습득하게 되고, 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이 ..

카라바조_번뜩이는 눈을 가진 목격자

어찌 감히 카라바조의 그림을 평하겠는가. 그냥 운이 좋았다. 사람들에 꽉 끼여 자크마르 앙드레의 그 작은 전시공간을 밀려다닐 것이 분명함에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사인이었다. 문앤좐님으로부터 서경식님의 새책을 받은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그 책의 아주 많은 부분이 카라바조를 찾아나선 그의 이야기였다. 아니, 프리모레비를 찾아나서다보니 만나게되는 카라바조라고 해야할 것 같다. 루브르에 걸린 그의 작품은 늘 거대한 벽에 대고 고개를 젖혀 반사되는 빛을 피해야만 했는데, 어두운 조명에서 가까이 보는 그의 그림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번에 특히 눈이 머물렀던 부분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목격자들이다. 에서 우리에게 예수를 소개해주는 그의 눈동자. 유디트 옆에서 곧 싹둑 잘릴 머리를 받을 준비를 하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