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마르셸 뒤샹 상 2019/ 20191025

유산균발효중 2019. 10. 26. 06:51

최근에 보았던 수많은 전시감상평을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국어로 긴 호흡의 글을 써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달라진 언어환경에 적응하느라 글을 쓰는 근육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후에 잠깐 시간을 내어 퐁피두에 들렀다. 마르셸 뒤샹 2019년 수상 전시를 보기위해서다. 팔레 드 도쿄에서 열리는 젊은 프랑스 작가전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데, 두 공간을 훑으니, 동시대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다양한 매체를 한눈에 단기 속성으로 벼락치기 한 기분이다. 

올해 마르셸 뒤샹상 수상자는 에릭 보들레르다. 시네아스트로 더 먼저 알려진 그의 이번 작업은 친절하고 대중적이게 느껴졌다. 생드니의 중학생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그들이 찍은 영상들을 편집해 2시간 가량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안에 있는 프랑스 사회가 보였다. 그의 작업이 영화관이 아닌 미술관에서 상영되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생드니는 일드프랑스 북쪽의 이민자와 빈민들이 많이 사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 아마 그가 파리의 5구가 아닌 생드니의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맡긴 이유가 있었겠지. 역시나 영상에서 아이들의 대화에는 '프랑스인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작품들과 연결해, 확실히 요즘은 작가의 '윤리적 시선'과 '윤리적 태도'가 중요한 비평의 기준이 된다. 그게 누군가에겐 너무 강박을 만든다는 생각도 들고.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자연스럽게 성공시킨 영리한 기획이다. 작가의 다큐멘터리가 아닌 작가와 피사체가 일치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