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_최근 본 몇몇 전시에 부쳐

유산균발효중 2011. 4. 4. 21:05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 최근 더 주목받고 있는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이다.
미술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여가 활동의 새로운 장이 필요한 가족 단위의 관람자들에게 미술관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 The Curator as Creator_Jens Hoffmann

4월 1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렉쳐프로그램은 옌스 호프만이라는 와티스 현대미술 연구소의 디렉터가 자신의 전시 삼부작을 소개했다. '문학의 눈을 통해 보는 미국사'라는 제목으로 <오즈의 마법사> <모비딕> <허클베리 핀>이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 문학을 전시장으로 가져왔다. 미술과 문학, 영화, 공연, 음악을 총망라하는 전시에 대한 설명은 다른 주제로 쓰도록 하겠고, 여기서는 전시장이 어떻게 아카이브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옌스 호프만의 관심은 문학과 미술이 그 사회의 맥락에서 어떻게 생산 되었고, 출판 전시 되는가이다. 
전시를 통해 하나의 문학 작품과 관련있는 모든 오브제들이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모이게 된다.
예컨대 <허클베리 핀>에서는, 문학 내부에 있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내용들 뿐아니라,
허클베리 핀이 다루고 있는 인종차별이나 식민정책에 관련된 역사적 문헌들이 전시된다.

이는 인간의 역사를 탐구하는 장치로서 문학과 미술을 다루는 예라 할 수 있다.
여러가지 매체들 간의 만남+ 역사와 현재의 만남이 모여서 미술관은 더이상 예술적이고 작가적인 작품들 만이 아닌
공동체의 구성원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전시장과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강연 설명: 본 강연은 그의 최근 전시인 와티스 현대미술연구소의 전시 3부작 ‘문학의 눈을 통해 보는 미국사’ 중 마지막 전시인 <허클베리 핀 Huckleberry Finn(2010)>에 기반한다. 이 시리즈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미국 소설의 제목인 <오즈의 마법사 Wizard of OZ(2008)>와 <모비-딕 Moby-Dick(2009)>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큐레이터는 미술사나 문학사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저자이면서 스토리텔러로서 책의 내러티브를 전시로 치환하고 관람객을 독자로 변환시킨다. 원작 속의 관람객/독자/여행자는 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역사 속 미국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옌스 호프만의 이번 강연은 인류학적 시각에서 인간사를 바라보는 동시대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제안하는 창조자로서 큐레이터의 잠재적 향로를 모색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출처 : 아트선재 홈페이지 http://www.artsonje.org/asc/





#2. 코리안 랩소디_역사와 기억의 몽타주展

리움에서 열리는 이 전시 역시 미술관이 어떻게 한 사회의 역사적 아카이브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 주요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는 자주 있어왔다. 기획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를 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이유는 역사와 기억을 공유한 관람자들의 맥락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쟁과 분단, 광복, 민주화라는 역사를 담담하게 곱씹고 있다.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이 꽤 있는데, 이는 다른 글을 통해 리뷰해보겠다.)

국립박물관이나 역사박물관의 유물이나 기록들보다 미술관의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를 조금 더 친근하고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리움의 전시는 미술사에 위치하는 훌륭한 전시보다는 역사기록이나 아카이브의 성공적 사례에 해당하는 듯하다.





#3. 구본창 展

국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구본창 전(2011.3.24-4.30)은 나에겐 꽤 지루한 전시였다. 
그의 작업이 주는 감동과 매력에 비해 구본창이 소장했던 물품이나 작업소품들은 박제된 생명체들처럼 밋밋하게 느껴졌다. 
위의 두 전시가 미술관이 주는 아카이브적 성격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주목할 수 있다면, 
이 전시는 부정적인 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구본창이 지녔던 물건들이 관객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구본창이라는 작가의 아우라를 간직하고자 하는 팬쉽만을 남기는 건가?

2층에 전시된 탈이나 도자기 사진은 그래서 더욱 생명력 없게 느껴졌다. 
7,80년대의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소탈하고 따뜻한 시선이 그리운 전시였다. 
구본창이라는 한사람을 모아놓은 아카이브로서, 본 전시는 구본창에 대한 거대한 애정이 없다면 참기 힘들수도 있다. 
 



아카이브로서의 미술관은
한편으로는 미술관 기능의 확장과 동시대에 미술을 현실과 유리되지 않도록 해주지만,
한편으로는 한 작품의 예술적 성취에 대해 가치절하 하는 면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