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한강변의 타살

유산균발효중 2011. 4. 3. 21:30

<한강변의 타살>,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1968.10.17, 오후 4:00-6:00, 제2한강 교 아래

강국진은 2명의 동료 작가들과 함께 제2 한강 교 아래에서 기성미술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들은 먼저 한강에서 물을 길어온 뒤, 모래사장에 각자가 들어갈 만한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작가들이 스스로 그 속에 들어가면 관객들은 모래로 구덩이를 메우고 그 위에 사정없이 물을 퍼붓는다. 다시 작가들이 구덩이에서 나와 각자 몸에 비닐을 걸치고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문화 실명자’(문화 공포증자), ‘문화 기피자’(관념론자), ‘문화 부정축재자’(사이비 대가), ‘문화 보따리장수’(정치 작가), ‘문화 곡예사’(시대 편승자)라고 쓴다. 큰 소리로 그것을 읽은 뒤 그들은 그 비닐들을 모아 태우는 화형식을 갖고 매장하는 행위를 벌였다. 그것은 제도권 문화 및 국전을 중심으로 하는 기성 미술계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자 실험적 해프닝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에 대한 자각을 촉구하는 행위였다. 그들은 한국 현대사회에서 역사의식과 문화적 자각 없이 예술가임을 자처하는 이들을 ‘사이비’로 칭하고, 사실주의에서 추상으로 추상에서 사실주의로 눈치를 보며 왔다갔다하는 시대미학의 편승자를 ‘문화 곡예사’라 칭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사이비’가 제도권 미술계와 사회에서 대가(大家)로 대우받는다고 간주하고 그것을 ‘매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상징하고자 했던 것이다. <한강변의 타살>은 고질화되어 가는 현실사회의 문화적 모순과 기성 미술계의 그릇된 타성을 고발하는 퍼포먼스였다. ¹
(작가들이 한강에서 물을 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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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김미경,  『한국의 실험미술』(시공사, 2003), pp. 94-9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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