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frame

만우절에 봄_ [A voyage to silence 1_ 강소영 展]

유산균발효중 2011. 4. 1. 21:25

일종의 항해 일지와 같은 전시이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며시 다녀오는 여행처럼.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 동쪽 끝에 있는 섬 독도, 서해의 백령도 등 외딴 섬들로부터 시작하여
대만의 금문도, 남극의 킹 조지 섬까지

전시장은 크게 세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갤러리 조선이라는 안국동에 새로 생긴 갤러리인데, 지상층은 아직 공사중이고 지하와 옥상만 사용한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전시 전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작가의 항해 노트가 써 있다.
모비딕이나 로빈슨 크루소를 떠올리게 하는 항해노트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01





메인 전시장인 지하로 들어서는 길은 검은 천으로 숨겨져 있다.
바다로 들어서는 길은 언제나 신비와 어두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다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비주얼 뿐 아니라 갈매기 울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법구경, 발에 밟히는 모래와 조개 껍데기들까지...
바닷길 산책로가 계속된다. <용의 이빨-밀물과 썰물>
작가가 조용히 혼자 다녔던 바닷길은 오히려 쓸쓸함과 두려움과 주저함이 들게 만드는 파도와 죽음이라는 물의 이미지가 화합하여
혼자 둘러보기에는 왠지 서늘하다.




종이에 그린 두장의 스케치는 <검은파도, 2011>로 다시 태어났다.
밀려드는 파도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바닷가에 서서 아니, 오히려 바다위에서 파도를 마주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메인 전시장안에 또 하나의 검은 천은 <포탄 위에 핀 꽃,2011>이라는 또 다른 작품으로 안내한다.
바다 안에 들어가 수중에서 촤령한 이 작품은 바다 깊숙히 남아있는 전쟁의 잔해.
군사 지역에는 언제나 남아있는 포탄,.
그럼에도 그 위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생명들을 포착한다.
죽음은 언제나 생명을 머금고 있다.




옥상에서 <돌꽃나무>를 보지 않았다면 이 전시는 그냥 바다 항해의 이미지로서 남았을 터이다.



검은 파도와 해먹, 돌꽃나무.




할머니가 따온 굴 껍데기로 만든 돌꽃나무.
삶의 고단한 노동은 어느새 꽃을 이루고 나무를 이루었다. 
이러한 삶의 역설은 검은 파도를 해먹에 누워 감상하도록 설치해놓은 것에서도 나타난다. 

 

죽음은 언제나 삶을 머금고 있다.
휴식은 언제나 노동을 포함한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동시에 죽음을 상징하듯이.
이를 잘 형상화한 조용하고 고요한 전시.


A voyage to silence 1 _ 강소영 3.16-4.20 @갤러리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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