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인상 60

보르비콩트의 노엘

성에는 정말 취미도 흥미도 없는 우리가, 노엘 시즌 특별개장에다가 셔틀도 다닌다고 하니 뭐가 있을까 하여 쫄래쫄래 구경가본다. 보르비콩트는 작지만 예쁘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한번 가봐야지 했었다. 게다가 이 성의 겨울컨셉은 노엘 장식이었다네. 아마도 이게 없었으면 좀 심심했을 공간들을 잘 이용했다. 정원을 설계한 이는 르 노트르라는 베르사유의 정원 설계사 가문이며, 데카르트의 기하학과 지형의 높낮이와 물의 흐름을 모두 고려한 아름다운 정원이 유명하다. 실제로 정원의 한 지점에 서면 물에 성의 모습이 모두 거울처럼 비치는데,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된 설계 때문이다. 고전적인 성의 각방에 놓인 서로 다른 장식의 성탄 트리는 심심한 공간을 전혀 다른 스펙타클의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하면..

도시의 인상 2014.12.27

우리들만의, 런던

김의 목적: it 산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디지테크? 뭐 그런 분위기의 런던 탐험 + 유럽 대도시를 가봐야한다는 책임감+ 셜록홈즈에 대한 오마쥬호의 목적: 60년대 이후 현대미술, 그 이후 영국이 대중에게 예술을 보여주는 방식은? + 뮤지엄 무료정책은 어떻게 뮤지엄을 먹여살리나? + 터너에 대한 오마쥬+ 애프터눈 티 문화가 대체 뭐냐?

도시의 인상 2014.11.04

스테레오타입, 런던

김의 증언에 의하면, 여행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이 "어떻게 이렇게 반듯반듯 하지?" 라는데..정말이지 런던은 반듯반듯 잘 정렬된 레고블럭 같았다. 길거리도 깨끗하고 현대적이어서 뭔가 현실적이지 않아보였다. 달리는 빨간버스와 전화박스 역시 장난감 같았다. 특별 노선인줄 알았던 빨간버스는 알고보니 런던 시내의 모든 버스의 일상적 모습이었고, 왠지 사람들이 여전히 쓰지 않을까 했던 공중전화박스는 단지 관광객들의 사진 배경일 뿐이었다. 때로는 와이파이 존임을 나타내는 이정표정도. 차의 방향은 절대 익숙해질 수 없었으며, 영국식 영어는 독일어만큼이나 어색했다. 저들은 내 발음을 알아듣는데, 난 왜 그들의 발음을 못알아듣는걸까? 수많은 프랜차이즈 슈퍼, 상점, 식당 등은 우리에게 서울을 떠오르게 했다. ..

도시의 인상 2014.11.04

Rouen

모네가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색을 달리하여 그렸다는 그 대성당의 내부는 초록빛 스테인드글라스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다. 플로베르가 마담보바리를 찾아오게 했던 이곳은 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소박하고 겸손하게 보였다. ​ 잔다르크가 가진 전사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재연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노아의 방주처럼 안전하고 따뜻한 이곳은 제주도에서 보았던 방주교회를 떠오르게했다. 한참동안이나 앉아있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물의 전체 모양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갑옷과 창, 그리고 방패가 잔다르크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김을 위한 한 컷. 후앙의 자전거는 빨간모자를 썼다.

도시의 인상 2014.10.11

Le canal de l'Ourcq

생마탕으로 이어지는 운하의 물줄기를 따라가다보면 라빌레트 그리고 더 멀리 파리의 경계를 넘어 팡탕과 보비니까지 이어진다. 오늘은 quai de seine에서 시작하는 운하 산책. 여름 내내, 이 운하 길을 운행하는 배를 1유로에 탈 수 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이들의 기획력은 가히 엄청나다 할 수 있는데, 이 배가 아니면 굳이 가지 않을 만한 곳들을 소개해주고 그곳의 좋은 이미지를 방문자들에게 심어준다. 팡탕까지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라 빌레트' 공원도 이런 영리한 도시계획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라빌레트는 운하를 끼고 있는데, 도시의 저소득층과 흑인 이민자들이 가득한 지역의 한 중간에 만들어졌다. 라빌레트 공원 안에는 커다란 공연장과 cité de la musique이라는 이름의 다..

도시의 인상 201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