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보이체크

유산균발효중 2011. 8. 27. 23:15

시공간이 불분명한 회색도시.
조지오웰의 소설 같기도하고,
찰리채플린의 영화같기도했다.
인간과 기계가 구분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공허한 외침 쯤 되겠다. 


보이체크는 완두콩 실험의 대상이자,  마리를 사랑하는 평범한 일용직 노동자이자, 약간은 소심하고 전전긍긍하며 두려움 많은 소시민이다. 새삼스럽지도 않게 박사, 대학교수(지식인층)와 군인(권력계층)의 조합이 보이체크를 점점 비정상인으로 만들어간다. 중간 중간에 이상한 생물체를 소개하는 서커스가 펼쳐지는데, 이 장면에 달하면 짐승과 인간의 구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일종의 [광기의 역사]를 극으로 재구성한 것같아 보였다. 뷔히너는 이 극을 완성하지 못하고 요절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 미완성의 희곡이 오히려 극을 더 풍성하게 재해석할 여지를 주었던 듯하다. 


<국립극단 twitter에서 가져옴>

연기들이야 워낙 능숙해 극에 몰입하기에는 편했다. 
무엇보다 무대가 맘에 들었다. 
형광등의 차가움과 회색의 매끈함이 잘 어울린다.
단조로움을 조명과 군악대의 북치는 소리로 풍성하게 했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선 관객에게 이 모든 부조리를 되돌려준다.
"자~이제 연극을 시작합니다!" 하고 말이다.
보이체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