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백년, 바람의 동료들] 바람따라, 사람따라~~

유산균발효중 2011. 6. 23. 21:34
사카 이카이노에 위치한 '바람따라, 사람따라'라는 술집을 배경으로 재일교포들의 삶을 다루고있는 음악극을 보았다. 

<우리학교>라는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익숙한 주제일텐데,
경계인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우리학교>를 보고나서도 꽤 오랫동안 가슴이 헛헛했었는데...

이 큰 줄기를 중심으로 6.25, 제주 4.3사건,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 고베지진 등을 아우르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각 인물들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다룬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한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민족적 트라우마나 슬픈 가족사를 이겨나가고 있다. 

모든 인물들의 스토리를 다 보여주려 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진 느낌인데, 어찌 이들의 마음의 한을 두세시간으로 담아낼 수 있으랴 싶었다. 두시간이 넘는 공연시간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음악과 춤이 끊이지 않는다. 
한참을 흥겹다가도 생각해보니 마냥 웃기엔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이 없는 노래가 없다.
'한'이라는 정서를 그만큼 잘 풀어내고있다. 연출자 자신이 재일동포로서 느낀 감정을 잘 담아낸다. 

일본의 엔카와 한국의 가요사이에 주고받은 영향에 관한 이야기는 꽤 유익했고,
실제로 LP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소 투박하고 촌스러운 음악이었지만, 그 진정성만큼은 온몸으로 스며들듯 했다.



'자이니치'라는 국적불명의 호칭보다 그냥 바람의 동료들로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연출가의 조용한 바람이 느껴진다. 

이 작은 나라 안에서도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잔가지같은 과거들이 사람들을 힘겹게하고 있구나.
또 한 세대가 지나면 이들의 이름은 조금더 희미해지겠구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것,
여기 앉아 꿈꾸는 것처럼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것은 아니겠구나. 


나와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보았으면 하는 연극, 함께 춤춰주고 싶은 심정.

@두산아트스페이스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