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노부인의 방문 Der Besuch Der alten dame]

이건 마치 도그빌 같다. 갑부가 된 여인이 폐허가 된 자신의 고향에 돌아온다. 극도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그녀가 고향을 구원해주리라는 희망에 들떠있다. 여인은 천억을 기부할 것을 약속한다. 단, 조건은 그녀를 배신한 옛 애인을 시체로 넘겨달라는 것.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던 시민들의 삶은 조금씩 달라진다. 연출자 이수인에 따르면 이 연극은 두가지에 초점 맞추었다고 한다. 굳이 왜 이 여인은 그 막대한 돈을 주면서까지 남자의 죽음을 원하는 것일까? 손쉬운 청부살인을 마다하고 굳이 왜 시민들로 하여금 죽이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연극을 보았다고 대답하거나, 보지 않았다고 대답못할 질문은 아니다. 문제는 뒤렌마트가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복수심과 원한을 얼마나 집요하게 드러내고 있는가와 자..

[Exit though the gift shop,2010]

이 얘기가 꼭 거리미술(street-art)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겠는가. 어느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꼭 선물가게를 지나야 한다. 여기서 선물가게는 자본에 해당하고, 뱅크시는 미술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본과의 결탁에 대한 자아비판과 더불어 우매한 군중들에 대한 비판을 아주 재밌는 방식으로 이야기 한다. 전주영화제 때 상영작이었는데, 극장에서 개봉했다. 애초 뱅크시는 영화 제목을 이라고 붙이려 했다고 한다. ㅋㅋㅋㅋ 극 중 뱅크시는 원숭이 탈을 쓰고 있다. 뱅크시가 루브르에서 했던 일을 포스터로 만들었다. 영화 중간에 나왔던 꽤 인상적이었던 뱅크시의 작품 실제로 영국에서 이 작품이 거리에 놓였을때 사람들의 반응을 티에리 구에타가 촬영하였다. 지나가던 아줌마 왈~ '누가 공중전화에 엄청 화가 났었나봐요~' s..

[영화음악 ∞ 음악영화 @ LIG아트홀]

#1. 리스트 | 영화_홍상수 | 음악_정용진 홍상수 영화의 장르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홍상수 영화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짧은 영화 안에서도 홍상수는 자신의 인물들을 유감없이 주조해내고, 더불어 유쾌한 내러티브까지 선사한다. 흥미롭다. 그리고 음악. 영화 상영후 엔딩크레딧으로 엔딩하지 않고, 마치 줄줄이 이어지는 크레딧의 다음 줄처럼, 정용진의 심플한 피아노연주와 임윤규의 기타선율이 흐른다. 과하지 않다. #2. 그 날 | 영화_박찬경 | 음악_이태원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금화 만신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의 일부인 은 소재에 대한 거부감에서 벗어나는데 오래걸리지 않을만큼 완성도 있는 미장센과 색감을 보여준다. 눈을 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박찬경이었다. 박찬욱의 동생이자 JIFF에서 호평을 받은..

[제국과 천국] upside down

Colossians Remixed: Subverting the Empire, 브라이언 왈쉬& 실비아 키이즈마트, ivp, 2011 최근 읽은 성경/세계관 책 중에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 책. 영어 제목이 참 멋있다.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자본이 지배하는 제국에서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하며, 골로새서를 독해한다. 세계관에 있어서는 별 설명이 필요없는 브라이언 왈쉬가 아내와 함께 쓴 책인데, 혼자 썼더라면 아마 꽤나 딱딱하고 건조했을 내용이 적당한 내러티브와 다양한 형식으로 녹여져있어 지루하지않다. 확실히 세계관에 관한 책이 진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과 윤리의 측면으로, 또한 지성만이 아니라 감정과 상상력의 부분에까지 이르는 전인격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으로!! 과거 가이사의 얼굴이 새겨져 있던 곳, 정..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말끔한 연출과 정제된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다양한 선택과 상황이 뒤엉켜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의 설정은 이란이라는 특수한 사회를 넘어서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느낌이다. 지배적인 이미지는 제목에서 언급하듯, A Separation이 아니겠는가. 이 모든 분리와 나눔의 이미지들. 굳이 종교와 윤리의 문제, 부의 불평등,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이란의 사회문제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이미 씨민과 라지에라는 두 여성 사이의 간극을 통해 이란 사회 안에도 자본주의의 영향력은 막강하며, 자본이 계급을 결정하고 있고, 교육수준과 외국으로의 이민과 교육문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다른 종교에서도 문제화해야 할 종교의 윤리화와 도덕화문제가 이란의 경우 조금 더 뿌리깊고 막강하게 사람..

[Biutiful] 오기된 아름다움

'비우티풀'로 삶을 정의하는 것. 오기된 아름다움일 뿐.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중적인 이미지와 서사로 가득차있다. 가장 비천한 일을 하면서 가장 초월적인 능력을 부여받은 자, 욱스발 중국이나 세네갈의 불법노동자들의 보호하면서도 착취하는 그의 직업. 바다의 이미지가 가득하지만 그러나 결국 듣지 못하는 파도소리, 보지못하는 바다. 눈 덮인 숲에서 만나게 되는 아버지는 결국 죽음으로서만 만나게 되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처음과 끝. 바르셀로나라는 아름다운 관광도시의 이면-일관적으로 시궁창같고 어두컴컴하며 쾌쾌한 도시 그리고 죽음을 배경으로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일상을 영위하고 전세금을 마련해가는 삶에대한 이야기이다. 감정과잉적 표현들이 곳곳에 거슬리지만,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도 집요하게..

[The Placeholders_ Tim Eitel 展] @학고재

지난 주말 학고재에서 본 독일 출신의 작가 팀 아이텔(Tim EITEL, 1971-)의 전시. 때로는 확정되지 않는 표정과 시선이 더 명확한 감정을 전달할 때가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뜻밖의 시선과 흔적 전반적인 작품의 경향은 풍경이나 도시의 거리를 스냅샷과 같은 느낌으로 포착하였고 매우 사실적이며 밀도있게 그렸다. 전시의 제목인 -즉 하나의 장소나 상확의 주인공들 이나 그들이 남긴 흔적-은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지나쳐버리는 것들이다. 특별히 홈리스나 노동자, 쓰레기 더미 같은 것들... 그냥 지나쳐버린다는 걸 강조하는 저 검은 배경, 배경과 혼연일체된 저 인물! 인물들의 상황이나 표정은 꽤나 격정적일만 한데 배경은 너무도 차분하다. 표정이 생략되어 있는, 움직임이 삭제되어 있는... 실로 차가운 도시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