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Elles_회피족

#1. 엘르_영화이야기 시작은 좋았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줄리엣 비노쉬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간 데다가 토요일의 여유를 즐긴다는 기쁨과, 저녁에 오기로한 손님. 주말에 손님을 맞이할 때면, 우리가 한껏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같은 기쁨 혹은 자기만족에 취한다. 이유야 어쨌든 시작은 좋았다. 영화가 계속 될 수록 분위기는 불편해졌다. 일단 영화의 내용이 엘르의 잘나가는 기자이자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회사의 중견직에 있는 남편과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는 안느가 잡지의 특집기사 인터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기사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성매매여성들이 어떻게 해서 그 일을 하게 되었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주인공은 처음에 당연히 이들이 돈때문에 몸을 팔고 자신이 하는일에 대해 꽤..

[Testament, sheshepop]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2세대로 평가받는다는 독일의 극단 '쉬쉬팝'이 페스티벌 봄에 찾아왔다. 막연하게 아버지와 딸의 관계라고만 알고 있었던 이 공연의 시놉시스만으로 선택했었는데, 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리어왕이 자녀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면서 일종의 계약관계가 성립되고, 그 중 리어왕이 가장 아끼던 딸인 오필리어가 이 계약에 동의하지 않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의 시작은 젊은 청년배우 4명이 차례로 나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소개한다. 이들이 소개하는 내용은 자신의 아버지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 싫어하는 것, 취향등에 대해 냉소적으로 소개한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의 아버지스러운 그들. 최근 한국에서도 문제상황으로 부상하는 노인부양이나 경제권 등에 관한 솔직한 말들이 오간다. 실제 배우들의 아버지들이 ..

[말하는 건축가]

이런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고 감히 무언가 말한다는 것은 사족이다. 정기용은 건축가로서 그곳에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의 요구를 '공간'으로 번역했다. 패티쉬적인 건물이 난무하는 이 도시에 자연과 햇빛과 바람에 고마워하는 이가 건축가로 있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다. 그가 하나님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삶이 너무나 복음적이게 느껴졌다. 숙연해졌다. 막상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는 무덤덤했는데, 집에와서 곰곰이 한 장면 한 장면이 되살려질때마다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그의 집 거실을 비추던 한 줄기 가느다란 빛도. @cinecube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