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Testament, sheshepop]

유산균발효중 2012. 4. 14. 23:43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2세대로 평가받는다는 독일의 극단 '쉬쉬팝'이 페스티벌 봄에 찾아왔다. 

막연하게 아버지와 딸의 관계라고만 알고 있었던 이 공연의 시놉시스만으로 선택했었는데, <리어왕>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리어왕이 자녀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면서 일종의 계약관계가 성립되고, 그 중 리어왕이 가장 아끼던 딸인 오필리어가 이 계약에 동의하지 않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유서>의 시작은 젊은 청년배우 4명이 차례로 나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소개한다. 이들이 소개하는 내용은 자신의 아버지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성향, 싫어하는 것, 취향등에 대해 냉소적으로 소개한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의 아버지스러운 그들.

최근 한국에서도 문제상황으로 부상하는 노인부양이나 경제권 등에 관한 솔직한 말들이 오간다. 

실제 배우들의 아버지들이 무대에 출연한다. 자녀들은 직설적으로 당신의 재산을 어떻게 나에게 줄 것이며, 당신을 부양했을 때 이러저러한 문제가 생기며, 이런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매체는 프로젝터,  플립차터, LP로 듣는 음악, 리어왕의 대본, 노래와 춤을 모두 이용한다. 


이러한 세대 간의 갈등은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리어왕>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아버지들은 돈으로 사랑을 사려던 리어의 행동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식들은 그것이 권력을 포기한 순간에 당연히 따르는 절박함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들에게 리어의 수많은 신하들은 왕의 지위를 보장할 마지막 자존심이지만, 자식들에게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허영일 뿐이다. 

가족 간의 사랑이나 삶, 시간, 젊음등의 감정들을 끊임없이 수량화하고 수치화 해보지만, 

결국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의 몸에 몸을 포개어 그렇게 죽어간다. 


이 극의 매력은 

#1.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들을 솔직하고 재밌게 pop스럽게 꺼낸다. 아주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2. 배우들의 실제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아버지들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도하고, 어색할 수 있는 노래와 춤을 열심히 소화해냈다. 끝났을때 엄청난 박수를 받았다. 

#3. 리어왕과 유서 사이를 오가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장치들이 재밌었다. 세익스피어 시대의 의상을 연상시키는 둥근 카라의 상의와 왕의 신발같이 생긴 부츠, (극 중간에 아버지들의 옷을 자녀들이 입는 장면의 상징성) 바니타스를 떠올리는 사과와 관! 


흐르는 시간, 전도서를 떠오르게 했던 극. 

@ 서강대 메리홀.


그리고 나오는 길에 들렀던 서강대 앞 카페

숨은 그림을 찾아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