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under-stage

[제롬벨_세드리크 앙드리외] 몸으로 쓰는 자서전

유산균발효중 2012. 3. 31. 22:39




1. 

이 공연은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세드리크 앙드리외라는 한 무용수의 삶과 무용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의 축은 "Show must go on"이라는 공연에서 그가 느낀 즐거움과 그것을 만든 제롬벨과의 만남이다. 


 

2. 

한 무용수가 아무런 음악도 없고 배경도 없는 무대에 올라와 나레이션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그는 아주 어렸을 적에 우연히 무용을 접하게 되었고, 학원 선생님 말에 따르면 신체적 조건도 별로고 소질도 없었으나 꽤나 열심히 즐겁게 무용을 했다. 

무명 시절엔 열심히 연습을 했고, 미술대학에서 모델도 했다. 그는 자신이 했던 연습과 기초 동작, 모델 포즈, 자신이 1등을 했던 안무동작, 극의 주인공에 이르는 몸동작들을 직접 보여주는데, 음악과 맥락을 벗어난 그의 몸짓은 공연이라기보다 그냥 일상처럼 느껴진다. 

신화와 같은 존재인 머스 커닝햄과 무용단에 대한 인상도 매우 일상적이고 담담하게 이야기 해준다. 

아마도 그는 몸으로 자서전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3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인 '제롬벨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제롬벨은 실험적인 극을 여러차례 선보이며 이미 다원 예술 축제의 단골 게스트이다. 

(제롬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요기 참고! http://www.podopodo.net/people/interview/detail.asp?seq=27)

세드릭이 그의 공연을 가장 인상적이며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하며 이야기 해주는데,

이제까지 한번도 흐르지 않던 음악이 흐르며, 조명은 무대가 아닌 관객을 비춘다. 

배우가 하는 일은 무대에 그대로 서서 음악이 끝날때까지 관객과 눈을 맞추며 쳐다보는 것 뿐.

어떤 이들은 부끄러워하고 어떤 이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을 추는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의미의 공연이자 경험을 하게 된다. 

이제 객석으로 넘겨진 이 조명 아래서 쇼는 계속되고 있다. 


4


그의 미묘한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춤 동작을 선보인 후 숨을 고르는 동안에 느껴지는 떨림을 숨 죽이며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화려한 스펙터클은 없지만, 어느 것보다 진솔한 말.

"나의 인생은 예술적 선택만이 아니라 

때로는 우연이었고 사랑 때문이기도 했고, 명성에 대한 욕심이기도 했고, 실업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했다."

그의 솔직한 이 고백이 좋았다. 

마음이 상쾌해졌다. 몸도 상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