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상상 425

Jenny Holzer @국제 갤러리 (9/8-10/16)

벼르고 있던 몇몇 전시들 중 하나는 제니 홀저. 그녀의 작업은 장소특정적이며 공공미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프로젝션에서 나오는 딱딱한 글씨의 일시성에 꽤나 사색적인 내용의 텍스트를 제공함으로서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번전시에서는 주로 LED와 라이트프로젝션 작업이다. 일상적인 광고, 뉴스, 예술작품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뉴욕시내 중심가의 건물 벽에 소설이나 시 등을 차용한 텍스트를 거대한 빛으로 쏜다. 초기 작품은 선동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본 작품들은 메시지에 주목하게 한다기 보다는 건물과 텍스트가 쓰이는 특정 건축과 장소에 주목하게 한다. 60년대 초반에 조명기구를 사용해 작업했던 댄 플래빈이나 도날드 저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최근의 작업은 대리석에 새긴 ..

[박이소: 개념의 여정展] lines of flight

2014 박이소 사후10주년 기념전의 준비 일환으로 박이소의 드로잉을 전시했다. 기획이나 의도는 뛰어나지만, 어쩌면 꽤나 심심하고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듯한 느낌의 전시이다. 그러나 박이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기다려질만한 전시. 드로잉은 작가의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정제되지 않아서 꽤나 흥미진진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푸코를 공부하며 들뢰즈의 탈주의 선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박이소는 늘 이런 점에서 통찰을 준다. 그러고 보니 푸코의 파르헤지아를 공부할 때도, 이영철 선생님이 쓴 박이소 전시 글을 꽤나 탐독했던 것을 보면, 푸코와 박이소간에 뭔가 보이지 않는 선긋기가 가능할 것 같다. 다음은 전시 도록에서 가져온 글인데, 이 포스팅의 제목이기도 하며, 김장언 평론가가 쓴 글의 일..

based on true story

집단 분노를 자아내는/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조금 더 비슷한 쪽으로 나를 투영시키고자 하는/ 이런 요소들로 똘돌 뭉친 이야기들이 싫다. 이들의 면죄부는 언제나 그것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말. 그래서 (해석이 아닌)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객관적 사실의 지표와 해석의 지표를 뒤섞어 놓는 것. based on true story라고해서 그것이 진실인 것은 아니다. 그냥 사실인 것이지 fact와 truth의 구분이 절실할 때. 그래서 난 공지영류는 될 수 없는가보다.

아참. 북촌방향.

친애하는 ㅅㅅ의 영화를 개봉날 보고서도 이제까지 어떠한 소회 한자도 적지 못한, 나의 구월은 참으로 잔인하구나. 떠오르는 것은 술집주인의 가녀린 목과 팔다리.마론인형같아보이는. 보람의 대사 "자리 너무 오래비우는 거 아니에요? 아니냐구요? (점점 격력해짐)" 김상중의 자연스런 스밈 이전 작품들에 번식하며 새롭게 변이되고 재창조되는 그의 작업이야말로, 진정 교배와 창궐을 실천하고 있는게 아닌가. 물론 서너작품정도 봐야 윤곽이 그어진다만... 고현정의 마무리는 참으로 아름답도다.

9월에 본 남이 선택한 영화

활-명절엔 가족들과 이런영화 하나쯤은 봐줘야겠지? 옆에서 계속 내용물어보는 엄마때매 웃고 또웃고. 박해일과 류승룡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줄거리야 뻔하니 더 보태서 무엇하랴, 오락영화는 오락으로만. 오랜만에 기승전결확실한 영화를 보고나니 리프레쉬되었다. 다만 호랑이 CG만큼은 참아주었으면 했는데, 그냥 소리만으로도 괜찮았을텐데 싶다. 컨테이젼_재난영화를 즐기지 않는 이유는 장르에 대한 혐오보다는 그런 류의 영화가 답습하는 일종의 규범때문이다. 게다가 아마 제작을 하는 이들이 좋아할 법한 이번 구성은 꽤 지루했다. 스티븐 소더버그식 구성은 이제 식상하다. 게다가 대미를 장식하는 오리엔탈리즘이라니.헉! 그냥 오랜만에 거대한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 정도로 만족하련다.

일상을 발견하는 몇 가지 방법

일상을 발견하는 몇 가지 방법 동시대미술이 보여주는 일상성의 담론 일상성의 출현 늘 되풀이 되는 매일, 혹은 날마다를 나타내는 '일상'이라는 말은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다.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성은 현대인들이 가장 지겨워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놓칠까봐 전전긍긍해 하는 이상한 물건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르페브르의 말처럼 일상성이라는 말은 동시대의 관람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자 집착의 대상마저 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일상적이어서 그 속성을 찾기 힘든 이 말로부터 우리는 동시대 미술이 천착하고 있는 일상성의 향연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성의 등장을 통해 예술은 화이트큐브에 머무는 엘리트들을 위한 시각적 유희에서 벗어나 소수의 특정한..

하녀들 @ 두산아트센터

장 주네의 하녀들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공연으로 감상했다. 신체극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을 만큼 몸에 대한 실험적인 극이 꽤 흥미롭게, 여기저기서 상연되고 있다. 전문가적 식견이 없는 나로서는 이 극이 신체극으로서 갖는 특별한 성취를 판단할만하지는 못하지만, 역시 가장 다이나믹한 표현은 인간의 몸으로부터 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장농과 거울이라는 소재가 갖는 상징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여주인과 하녀들 간의 욕망이 얽히고 섥혀있는 공간으로 옷장과 거울을 택했다. 빨갛고 화려한 드레스의 여주인이나 검고 단조로운 복장의 하녀들이나 옷을 벗으면 매한가지. 뭉뚱하게 튀어나온 엉덩이와 배, 흉측하게 과장된 가슴을 가진 여자일 뿐이다. 70분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대사가 쉬지않고 오고가며 끊임없이 서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