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2008-2014년 6월 28일들의 역사

2008년 6월, 대학원시절, 일년동안 기숙사에 살았는데, 방안에 있던 시간보다 밤이면 도서관으로 변하는 1층 식당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 여름방학무렵 번역 아르바이트 중. 집중해서 바나나 먹는 나를 괴롭히는 자는 누구인가! 2009년 6월 전주 한옥마을, 더스토리와 최명희 문학관 2010년, 선유도 공원 그무렵 우리 아지트 커피나무 그리고 우리의 산책코스 올림픽공원에서 봤던 키스해링 2011년 6월, 출판사를 그만둔 날의 김. 맨붕김에 먹는 폴라포의 맛이란- 그리고 미친듯이 자전거를 탔더랬지 2012년 6월, 한적한 봉화마을 부엉이바위에 가서 큰 숨을 내쉬고 왔더랬지 2013년 6월 앙리카르티에브레송 사진전시관의 발자국 2014년 6월, 정신차려보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큭큭큭 찬란한 6월..

속좁은 일상_2 2014.06.28

달팽이

오랜만에 배란다 청소를 하고, 나무를 옮겨 심고 뿌듯해 하는 순간, 내 앞에 나타난 요놈. 달팽이가 움직이는 것을 이렇게 생생하게 본 적이 없어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저렇게 길게 내민 더듬이로 방향을 잡고 열심히 기어간다. 더듬이 앞에 손을 대고 길을 막으면 얼른 방향을 전환해 다시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생각보다 너무 재빠르다. 하악. 너무 자세히 보면 징그럽긴하지만, 신통방통해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댔다. 느리지만 갈길을 열심히 가는 이 놈을 보니, 니가 나보다 낫다 싶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의 반대말은 뭘까? 하나님을 안믿는 것이기라기보다 하나님을 무시하는 것이다. 오늘 다니엘서에 관한 손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다니엘과 연관된 하나님의 뜻에 관한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뜻에 대한 나의 조악..

속좁은 일상_2 2014.06.27

삶이라는 주체화과정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이 쓴 걸 읽을 때는 꽤나 낭만적이고 희망적이었던 이 제목이 나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과 맥락을 만들어낸다. 정말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침 면접자리에서 만난 그녀는 이미 유학의 고단한 과정을 끝내고 한국에서 강의하는 자리까지 맡았음에도 프랑스 인과 결혼하는 바람에 다시 이곳에 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묻더니, 공부만 하기도 힘든데 왜 이런 일까지 하냐고 물었다. 속으로 '네 저는 공부만하면서 쫄쫄 굶을, 수 없어요. 저도 당연히 일하기 싫죠. 시간 아깝고.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요. 그런데 저에게 돈을 줄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그냥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해요.'라고 사뭇 냉소적으로 말했지만, 이런 말은 그냥 맘에 담아두고 겉으로는 아무것..

속좁은 일상_2 2014.06.19

커플시계

앞자리 앉은 노부부의 손목에 시선이 머문다. 딴 생각을 하는 와중에 멍하게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들의 시계. 몇십년은 함께 살았을 이들의 얼굴은 저 시계처럼 닮아있다. 긴 인중과 처진 입꼬리, 긴얼굴. 시종일관 대화하는데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이나, 서로는 서로의 말을 곧장 알아듣고 맞장구친다. 공공의 장소에 있지만, 사적인 영역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친밀함이 부러웠다. 그리고 곧장 우리의 시계를 촬영해 봄.

속좁은 일상_2 2014.06.15

어긋남

말과 사물이 만나서 허물어지고, 이미지와 의미가 어긋나는 그 순간이 마치 우리의 지금같아 보였다. 밤과 낮이 공존하고, 파이프를 그려놓은 채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이 순간. 여기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곳이 사람들이 볼 만한 곳이며 구경할 만한 아름다운 곳임을 설파해야했다. 그리하여, 마그리트가 말한 대로 언어는 곧 꿈과 같은 것. @마그리트 미술관에서

속좁은 일상_2 2014.06.15

현대, 단상.

클라리넷 연주자와의 대화 중에서 -현대음악에 대한 인식은 마치 현대미술의 그것과 비슷하다 느꼈다. 연주자들은 작곡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작곡자들은 클라리넷에 존재하지도 않는 음을 악보에 넣기도하고, 교수들은 틀린 연주를 잡아내지도 못한다. 관객들은 난해한 연주에 갸우뚱하면서도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른다.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친구는 자신이 정말 감동했으나 배신당한 한 음악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촛불이라는 제목의 음악이었는데, 작곡자는 유대인이었고 그가 2차세계대전의 폭격으로인해 목을 가누지못하게 되어 연주자로서 생활할 수 없게되어 그 절망감 그러나 희망을 담은 음악이었는데, 친구는 그 음악을 연주할 때마다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음악에 얽힌 실'재'를 알고나니 친구가 이해했던 전쟁중..

속좁은 일상_2 201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