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국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있으니, 그곳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나라라는 단어의 어감보다는 국가라는 딱딱하고 뭔가 교과서적인 단어가 더 와닿는 요즘이다. 유럽국가에 대한 막연한 사대주의를 갖고 있다거나, 이곳에서 겪는 생활의 어려움을 이 국가에 대한 판단으로 연결시켜 애국자가 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여기서 외국인일 뿐이다. 첫만남에서 넌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을 들어야하며, 가끔은 한국에 대해 호감있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한국에 대해 대답해 줄 때면, 마치 내가 무슨 한국을 얼마나 잘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은근슬쩍 한국에 대해 자랑도 하게 된다. 요즘처럼 인간이 서로 연결된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그 원리가 와닿은 적은 없었다. 태어..

속좁은 일상_2 2014.05.01

이틀의 탐험을 마치고!

예술을 화이트큐브에 가두어 '돈이 되게' 만든 화려한 겉포장에도 불구하고, 그 안은 종종 비어있음을 우리는 목격할 수 있다. 예술을 이용해 소위 교양있는 엘리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었다면, 이제 우리는 그 목적을 좀 수정할 때가 온 것 같다. 예술을 이용해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어 내는 목적말이다. 진짜 아름다운 것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며, 자본에 종속된 예술이 자유를 침해할 때, 기꺼이 이를 인지할 수 있는 인간 말이다. 고루하고, 무슨 사명선언서에나 나올 법 한 생각이지만, 나는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속좁은 일상_2 2014.04.28

sewol

떼제로 가는 기차를 탈때 산 르몽드 (21일자)의 3면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한국이 충격상태에 있음을 제목으로 한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의 마지막은 이렇다. "아시아의 네번째 강대국인 한국은 충격에 빠졌다. 네티즌들은 그들의 분노와 아노미 상태를 SNS에 이렇게 표출했다. " ... 그렇다. 기술과 문명, 시스템과 자본이 아무리 넘쳐난다고 한 들, 생명 하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그 물질들이 모두 무슨 소용일까? 이런 재난에서늘 그래왔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인의 미로찾기와 견고해 보였던 그 성이 사실 모래성이었음을 보여주는 관료들의 행태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조차도 일년 내내 안보던 한국 뉴스를 눈 뜰때부터 감을 때까지 찾아보며 울고, 이렇게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감정조..

속좁은 일상_2 2014.04.28

34년

이제 26년을 훨씬 넘어 34년 전에 일어난 그 일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한국의 10대20대들도 확실하게 모르는 계엄이라는 말, 유신이라는 말을 듣는 이들의 눈빛이 진지하다못해 사뭇 호전적이기까지하다. 그 분이 집안에서 골프치는 장면을 보면서 함께 분노도 할 수 있고, 비록 허구지만 실패로 끝난 그 사건에 대해 함께 아쉬워했다. 그냥 이런 정도의 공감대와 동일한 역사 인식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속좁은 일상_2 201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