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좁은 일상_2 214

교황의 방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하지 못하는 과업을 대신 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의지한다. 마침내 그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그를 찬양하고 응원한다. 만약 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에는 등을 돌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문제는 사실 그 과업이란게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필요한 정도의 일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가 그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절대적인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단지 귀찮아서 혹은 손해보기 싫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책임지기 싫어서 일 뿐. 교황의 방문을 둘러싼 교계의 논란이 뜨겁다. 천주교의 정통성이 어쩌고, 교회는 왜 못하냐 뭐 이런 식의 낡아빠진 이야기들에서 전운이 감돌정도이다. 정치적, 경제적 마케팅 열기도 뜨겁다. 프란시스 교황은 아마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를 이용한 각종 자기계발 서적이..

속좁은 일상_2 2014.08.16

마음만은 그곳에

며칠간 어지러움과 편두통 증상이 떠나지 않는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습도 그리고 이상저온 때문이라 생각했다. 오늘은 극에 달했다. 아마도 여기 책상머리에 앉아 그곳에 관한 글을 쓰려니 그런가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안중근과 같은 행동인데, 지금하고 있는 것은 김소월같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머리야! 광복절이자 성모승천일, 마음만은 그곳에.

속좁은 일상_2 2014.08.15

파워블로거

Marseille를 배경으로 한 plus belle la vie 라는 25분짜리 저녁 드라마를 종종 보는데, 우리로 치면 전원일기 분위기랄까?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말 다양한 소재와 함께 등장한다. 프랑스 내에서 Marseille는 불법이민자들도 많고 총기사고도 많이 일어나는 위험한 범죄도시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있다. 요즘도 가끔 뉴스에 나오는 총기사고에 등장하는 걸 보면, 밤에 돌아다니지 말아야 할 도시란다. 그런 이미지를 순화시켜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그 도시를 배경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전원일기에서는 나오지 못할 듯한 범죄 에피소드들도 종종 나온다. 결론적으로 plus belle la vie 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원일기 + 경찰서 이..

속좁은 일상_2 2014.08.13

파노라마 사진의 아름다움

한 화면에 담을 수 없는 장면을 파노라마로 돌리려 했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마음을 담아 떨리는 팔을 부여잡으며 아이폰을 조작했는데.. 파노라마 첨 찍은 거 아닌데...덜덜덜. 이 멋진 작품이 내 아이폰, 그것도 파노라마 사진엔 이렇게 담겼다. 무한불가능해 보이는 두 대상의 대화와 관계라는 개념을 담으려는 우환의 목적도 이 유한한 물질들로는 이렇게 부분적으로 밖에 드러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이 사진이 오히려 그의 작업을 가장 잘 담아낸 사진이 아닐까 혼자 위안해 본다. 게다가, 그가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모든 대상이 이 안에 들어갔다.하늘, 자연, 철판, 돌, 땅, 그들 사이의 그들과의 대화. 푸하하, 오늘의 셀프정당화 끝!

속좁은 일상_2 2014.08.12

타인의 고통

한국어판에는 충격적인 사진들과 함께 번역되어 있지만, 영어와 불어본은 단 한장의 사진도 싣고 있지 않다. 아마도 손탁은 아주아주 의도적으로 사진 싣기를 거부했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유통되는 그 사진들. 이 사진들에 대한 비판적인 방법들을 논의하는 그 책에서 조차도 우리는 그 사진을 즐기고 탐닉하고 싶어한다. 그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가해자들의 뒤에 숨어있는 그 그림자들은 발견하지 못한채. 우리는 가해자들을 욕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고통에 한번 찡그리는 것으로 이 부적절한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 거리에 죽어있는 비둘기의 시체를 발견하고, 평소에는 비둘기 때문에 도시의 미관이 손상된다는 둥, 징그럽게 생겼다는 둥, 비둘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하며 비둘기를 욕하지만, 그 시..

속좁은 일상_2 2014.08.07